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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 최악의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
  • 이정배
  • 등록 2016-03-03 1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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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계층적으로 가난한 기층민과 힘없는 소시민들이 전쟁에 의해 희생된다. 다른 나라로 쉽게 피신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나 재력가들은 전쟁터로부터 일찌감치 달아나기 때문에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이 끝나면 복구가 필수적이란 것을 알기에 이에 따른 투자 방향과 수익방법을 전쟁터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미소 지으며 구상한다.


어떤 이들에게 전쟁은 혁혁한 공을 세워 진급하거나 포상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전쟁물자의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거나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무기 판매로 살아가는 다국적 무기상들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내심 기뻐한다. 더 이상 무기가 공급되지 않는 휴전이나 평화상태가 한시라도 빨리 깨지기를 부지런히 갈망하고 있다.


‘캐리 후쿠나가(Cary Fukunaga)’ 감독이 만든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Beasts of No Nation》(2015)은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모종의 집단에 끌려가 인간을 죽이는 전쟁기계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터는 삶과 죽음의 경계공간이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상대를 먼저 죽여야 하는 극악한 공간이다. 이성적 판단이나 감성적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어 다만 본능만을 버텨야 하는 냉정하고 섬뜩한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인간을 가장 저열한 동물로 만드는 비열한 사건이다.


무수한 문학과 영화는 전쟁을 낭만적으로 묘사해왔다. 죽음을 극복해내는 강한 의지를 지나치도록 아름답게 그려냈다. 위험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도무지 불가능한 목표를 파괴하는 행위를 위대한 정신의 승리로 숭배하였다. 전쟁에 유달리 열정을 보이는 이를 애국심과 영웅심으로 조화롭게 장식하여 거룩한 인물로 추앙하게 하였다. 그러나 전쟁은 낭만이 결코 아니다.


전쟁을 낭만적인 게임으로 묘사하는 이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게임에서 이기면 주어지는 배당금이 상당하다. 전쟁물자로 투입한 초기 자금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은 게임에 져도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이길 때보다는 적은 배당금이 주어지겠지만, 분명 게임에 져도 상당한 이익금이 배당된다.


고대전쟁이 통치자의 정복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중세와 근대 역시 겉으로는 종교에 대한 신앙심과 민족에 대한 애정을 내세우지만, 소수자들의 권력유지와 지배권의 재배치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는 것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현시대 들어 인권과 민주주의 정권수립을 위한다고 하지만, 원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의 독점권과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기획하여 일으킨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자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다면 그 모든 자금과 인력은 국민들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이익을 얻으려 전쟁을 기획하는 소수자들이 언론을 통해 낭만적으로 홍보하는 위장된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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