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로 대주교가 누구인지 엿보거나, 짐작할 수 있는 일화를 모았다.
* 고향 목수에서 나사렛 목수로
로메로는 1917년 8월 15일 엘살바도르 산 미구엘 지방 차우다드 바리오스에서 태어났다. 온두라스 국경과 가까운 산악지역이다. 일곱 남매 중 둘째 아들이었고, 아버지는 우체국 전신원이었다. 생활은 이웃들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전기도 수도도 없는 조그만 집이어서 아이들은 마루에서 잠을 자야 했다.
로메로의 부모는 로메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12세 이후 더 이상 교육시킬 능력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를 이웃 목수에게 데리고 가 목수 일을 배우게 하였다. 그는 곧 뛰어난 재능으로 일에 익숙해지면서 숙련된 장인이 될 자질을 보였다. 아버지는 그에게 장사 기술을 가르치려 했다. 공부를 계속해보았자 취업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나사렛 목수(예수)를 따르기로 ‘예정’되어 있었는지 13살이 되자 소신학교에 들어갔다. 성직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계속해 1942년 4월 로마에서 서품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서품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기도 중에 ‘우리는 건축가가 아니고 목수들입니다’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건축가가 아니고 목수들입니다.
가끔 뒤로 물러서서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노력으로 세워지지 않는 나라일 뿐 아니라
우리 눈길로 가서 닿을 수도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느님이 하시는 거대한 사업의
지극히 작은 부분을 평생토록 감당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하는 어느 것 하나 완전하지 못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손길이 미칠 수 없는 저 너머에 있습니다.
어느 선언문도 말해야 할 내용을 모두 밝히지 못하고
어느 기도문도 우리의 모든 소원을 담지 못합니다.
어느 고백문도 옹근 전체를 싣지 못하고
어느 방문도 돌봐야 할 사람을 모두 돌보지 못합니다.
어느 계획도 교회의 선교를 완수 못하고
어느 목표도 모든 것에 닿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어느 날 싹틀 씨를 우리는 심습니다.
그것들이 가져다줄 미래의 약속을 생각하며
우리는 뿌려진 씨들 위에 물을 줍니다.
그 위에 벽돌이 쌓여지고 기둥이 세워질
내일의 건물에 기초를 놓고
우리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효과를 바라보며
반죽에 누룩을 섞습니다.
우리는 만능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할 때
거기에서 해방감을 느낄 따름입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합니다.
턱없이 모자라지만, 이것이 시작이요
하느님 은총을 세상에 오시도록 하는 걸음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결과를 끝내 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건축가와 목수와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건축가가 아니라 목수들입니다.
메시아가 아니라 사제들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 것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