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 “한국가톨릭교회 어디로 갈 것인가” 내용을 4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11일 오후 4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원로들에게 한국 가톨릭교회의 방향성을 묻는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 가톨릭교회,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오늘날 교회가 쇄신과 정화를 위해 요구되는 점을 살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준비위는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온전히 지고 따르기 위해서는 건전한 교회언론운동과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평신도 연대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회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쇄신과 정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하며 특히, 교회가 건전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21세기 광야’인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통과 연대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오늘날 교회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찾고 섬기며 그들의 궁핍을 덜어주라는 교회헌장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교회의 정형화된 구조나 조직 율법 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연대의 틀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근수 전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은 “이미 한국에는 많은 언론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기존 가톨릭언론들은 주교의 동정이나 성직자들의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전달했다”라며 “그러나 신자들의 의견을 성직자에게 전달하거나 교회의 문제를 공개하는 일에는 미흡했다. 주교 홍보지나 교구 주보에 불과한 언론이 교회 쇄신을 위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언론이 제대로 서 있었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가톨릭언론 운동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구 희망원 사태와 인천 성모병원 사태와 같은 일은 없거나 진즉 해결됐을 것이다”라며 “교회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늘고, 교회의 재산도 늘고 있으므로, 희망원과 성모병원 같은 문제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기존 교회 단체들은 외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면서도 교구나 주교가 연루된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과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톨릭언론운동을 통해 교회가 건전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함세웅 신부의 ‘가톨릭교회와 국가권력의 문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대구 희망원과 인천 성모병원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대구 희망원 사례발표는 정중규 대구시립희망원 진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인천·국제 성모병원 사태에 대해서는 홍명옥 전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이 맡았다.
준비위는 ▲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온·오프라인 통합의 장 마련 ▲ 천주교 ‘부패신고센터’ 설치·운영 ▲ 안중근·백남기 시복 시성 운동 등을 제안하며, ‘교계제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현대적 과제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