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레페스포럼 6-2 : 종교와 국가가 만드는 폭력 - IS의 경우
  • 이찬수
  • 등록 2016-12-07 11:21:26
  • 수정 2016-12-07 11:36:24

기사수정

종교인이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지만 사회가 평화롭기는커녕 폭력이 교묘하게 구조화되고 도리어 내면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는 제6차 “레페스포럼”(REPES Forum)에서 박현도 교수(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이슬람학)가 “IS: 국가, 종교,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내용(레페스포럼 6-1 기사 참조)에 대한 토론문이다. IS 문제를 통해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를 이해하고 종교와 평화의 관계에 대해 상상해본다.


참석자:

박현도(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이슬람학)

원영상(원광대 연구교수, 일본불교학)

유영근(대화문화아카데미 협동원장)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종교평화학/진행)

전병술(건국대 연구교수, 동양철학)

전철후(강남교당 교무, 원불교학/기록)

정종학(강남교당 운영위원장)

홍정호(연세대 객원교수, 선교학/정리)



평화 문제를 세계사적 차원에서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현상이나 사건 중의 하나가 IS 문제이다. IS는 종교 현상이자 동시에 정치 현상이기도 하다. 종교와 정치가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 종교와 정치가 평화에 공헌할 수 있겠는지 그 사례 및 가능성을 IS를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프·러·미는 왜 중동에 개입하게 되었나


이찬수: 오늘날의 중동 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이 지역을 분할하면서 본격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배경에서 영국, 프랑스 등이 중동 지역 전체를 임의로 분할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박현도: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한통속이 되었다. 독일과 가까워지는 오스만 투르크를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서로의 원하는 영역들이 있었다. 러시아는 중동까지 안 가더라도 터키가 가까이 있었고, 영국은 이미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르시아나 아랍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는 북아프리카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연계에서 지중해 지역의 시리아, 레바논 지역을 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이 그어졌다. 선을 그은 다음에도 서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런데 밀약이었기 때문에 당사국들 밖에 모른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문서가 발견되고 밀약이 공개되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이찬수: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원을 하고, 미국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것도 좀 더 알고 싶다.


박현도: 시리아 정부는 소수의 시아파가 다수인 순니파를 지배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시아파인데, 엄밀히 말해 이란의 시아파는 다소 다르다. 그런데 이란에서는 너른 의미에서 시아파로 인정한다. 이란은 반이스라엘 국가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시온주의(Zionism)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에 있다. 시리아는 정치적으로 보면 친이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시리아가 친이란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시리아를 통해서 레바논의 시아 헤즈볼라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반이스라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시리아와 오랫동안 군사관계를 맺어왔다. 시리아의 지중해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 러시아가 지중해에서 군사 훈련을 할 때 시리아의 타르투스 항구를 쓰고 있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군사적으로 우호적이다. 이란과 러시아가 한편을 이루고, 친미 아랍 왕정국가들이 이에 대항하여 시리아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란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리아 정부를 넘어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의 실수 중 하나는 시리아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 정부군에 대항하여 싸우는 반군이라면 누구에게나 무기를 준 것이다. 그 중에 현재 IS와 연관된 극단주의자들도 있었다. IS는 국제 관계의 맹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반목과 질시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시리아라는 지역은 지금 크게 ‘정부군’, ‘반군’, ‘IS’, ‘알카에다’ 이렇게 네 그룹이 싸우고 있다.


▲ 시리아 알레포. 한 남매가 쉼터 근처 바닥에 앉아있다. (사진출처=UNICEF/UN013175/Al-Issa)


다른 나라가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을까


정종학: IS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보도되고 있는데 중동의 평화를 이룰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IS는 활동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나?


박현도: 중동 평화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중동이 저렇게 시끄러운 이유는 당연히 석유  때문이다. 그리고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석탄에서 석유로 연료체계가 바뀌면서 석유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중동 국가들은 크게 반미와 친미로 나뉘어있다. 시리아는 반미 국가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시리아가 반미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역시 시리아를 통해 중동에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냉전시대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중동에서 대립 관계에 있다. 평화 방안 마련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S의 자금은 주로 석유 판매와 문화재 밀매, 인질 몸값으로 조달한다. 큰 문화재들은 선전효과를 위해 과감히 파괴하지만, 작은 문화재들은 밀거래를 통해 반출하였다. 그러나 석유 판매를 통한 자금 유입이 제일 크다. 밀매 석유는 터키가 가장 많이 사가고 있다. IS로 인한 혼란을 즐기는 국가들도 있다. 


전병술: 중동의 평화를 위해 IS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한다면, IS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힘 대 힘의 논리가 가장 빠르고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 IS를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이고,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통해서 IS를 없애는 것이 중동 평화의 첫 걸음이 아닌가? 과거 중국 춘추전국 5백 여 년 피의 역사도 결국은 도덕이나 평화주의자들의 주장이 아닌, 진나라의 무력을 통한 통일로 종지부를 찍지 않았는가? 미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중동의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 ⓒ 이찬수


박현도: 국가차원의 개입은 큰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2011년에 시리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 학자나 전문가가 하나같이 오바마 행정부에게 직접 개입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였다. 직접 개입하지 말고 자생적인 민주세력을 키워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민주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반군에게 지원했던 무기가 오히려 극단주의자들 손에 들어갔다. 그 부분을 가장 걱정했는데, 걱정한대로 되어버렸다. 


중동 국가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시리아에는 야당 지도자가 없다. 정권이 2인자나 반대자를 철저히 제거하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세속국가였기에, 만일 존경받는 야당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그 지도자를 앞세워 반정부 투쟁이 가능했을 텐데, 그런 지도자가 전혀 없었다.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은 대개 시리아 바깥 서방세계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민중 데모가 나서 내전까지 갔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물론 이 내전도 외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익선: 정권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잠복해 있다가 기회가 오니까 항쟁을 일으킨 게 아닌가?


박현도: 그보다는 자생적으로 일어났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아이들이 아랍어로 “우리는 정부를 뒤엎길 원한다”라는 당시 아랍의 봄 대표 구호를 재미삼아 담벼락에 쓰다가  잡혀갔고, 이에 화가 난 부모들이 시위에 나섰다. 아이들을 지키려고 데모가 일어난 것이다. 


IS에게 종교란


원익선: IS에게 있어서 종교는 하나의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IS는 순수한 이슬람국가 건립을 목표로 내걸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체제와 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수립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닌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또 다른 형태의 국가주의적 시도로 보인다. 


박현도: IS는 심각하게 자신들만의 이슬람에 몰입되어 자신들만이 바른 종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보다는 자신들만의 이슬람식 체제의 정치경제에 입각한 국가를 만들려고 한다.  


원익선: 아랍권 전체에서 제로섬 게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석유를 놓고 강대국들이 가세하면서 자원을 놓고 패권 싸움을 하고 있다. 중동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박현도: 의미 있는 종교지도자들이 과연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정권과 연결되어 있고 정권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반성의 목소리 자체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슬람 세계에  실망스러운 점은 자유의 개념을 깊이 성찰하지 못하고 표피적인 수준의 이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방 세계와 무슬림 세계 간 가장 큰 충돌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해석이다. 한국은 개종이 가능하고, 개종한다고 해도 신변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개종과 선교의 자유를 포함한다. 그런데 무슬림 사회에서는 종교의 자유에 개종의 자유가 없다. 무슬림들이 보편적인 세계 인권 선언에 참여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가 문제가 되고, 종교에 대한 비방이 모독죄가 된다. 이슬람 모독죄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폭력과 형벌을 가한다.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석이 필요하다.


▲ 다비끄. IS에서 발행하는 영문 홍보 잡지


중동에 시민사회는 있는가


이찬수: 중동에는 시민사회라고 부를 만한 세력이 존재하는가? 또한 타의에 의해 국경이 나누어지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갈등들이 있었나? 시민사회라는 말이 세속화한 서구사회를 배경으로 형성된 흐름이자 언어라, 아무래도 서구사회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박현도: 시민단체들은 많이 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는 찾기가 어렵다. 그런 시민단체가 있더라도, 보통은 거기에서 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온다. 진보적인 무슬림들은 다 서구에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이 나누어지기 전에도 갈등은 있었다. 각기 다른 식민지 사이의 갈등인데, 종교가 이런 갈등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원익선: 현대 문명의 총체적 병폐가 아랍이라는 토양에서 IS로 발아된 것 같다.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과의 공존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박현도: 일상생활에서 무슬림과 자주 충돌하는 문제가 음식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퀘벡주의 한 도시에서 무슬림 이주자들이 학교 급식에서 돼지고기를 빼달라고 하니까 시장이 캐나다에 왔으니 이곳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음식이 종교계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상징인가 문화적 취향인가


전병술: 그렇다면 무슬림이 돼지고기나 히잡을 포기해야 평화가 실현되는가?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문화를 인정하면서 이슬람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의 심성이 문제라고 보아야 하는가?


박현도: 어려운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불교처럼 자기 성향대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작은 평화가 서양에서는 깨지고 있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심하기 때문이다. 


유영근: 이민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동화(assimilation) 정책보다는 문화적 차이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차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사회의 역동성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원익선: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교육정책 내에서 교실에서 히잡을 벗고 들어오게 법으로 만들었다. 


박현도: 프랑스의 명분은 세속주의(Laïcisme)다. 프랑스 혁명 이후 모든 교육 정책이 세속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공립학교에서는 히잡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사립학교는 선택사항이지만 공립학교에서는 십자가도 걸지 말고, 히잡도 쓰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십자가나 묵주 등 종교적 상징은 장식물로 인정하기 때문에 개인이 착용할 때 제재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에서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찬수: 아무리 공립학교라도 히잡을 문화적 특성으로 이해하고, 음식의 문제도 개인적 취향으로 인정하면 갈등이 덜할텐데, 왜 프랑스 같은 곳에서 이런 불관용 정책이 시행되는가? 


박현도: 히잡을 보는 시각차다. 히잡을 개인의 문화적 취향으로 보지 않고, 종교적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히잡도 개인적 취향으로 봐야 할지, 종교적 상징으로 봐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 여성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나 서구에서나 그렇지만 말이다.



전병술: 서구 관점에서 히잡 자체는 여성 차별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 보편적 인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개개의 특수성을 용인하는 것은 상호모순 아닌가? 


유영근: 그것은 서구적 관점이고, 무슬림 세계에서는 여성 보호적 관점이다. 


전병술: 유신시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주장으로 한국의 특수성을 주장한 정치가 비민주주의적이라고 항거하지 않았나? 히잡이 자유 주체로서의 개인의 선택인지 강요에 의한 착용인지 숙고해야 한다. 이는 종교근본주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현도: 무슬림 국가에서도 히잡을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다.

  

이슬람의 자기성찰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홍정호: IS의 잔혹성이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중세 십자군의 논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날 그리스도교 세계는 십자군 정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른바 ‘모더니티’라는 발견과 성찰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비판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세속화된 형태의 십자군 정신을 앞세워 전쟁을 정당화하는 세력이 존재하지만, 지식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고, 시민사회의 비판과 저항도 거세다. 


그런데 박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이슬람 세계에는 과연 서방 그리스도교 세계의 ‘모더니티’에 상응하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다시 말해 비판적 자기 성찰을 가능하도록 만든 계기들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관용과 차이에 대한 인정은 ‘모더니티’를 경험한 세계의 상식이다. 오히려 관용과 인정의 기만성을 비판하면서 타자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IS와 같은 극단적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이슬람 세계 내부의 자기반성적 담론이라고 할 만한 게 정말 없나? 


박현도: 무슬림 세계에서 자신의 신앙을 깊이 생각하고 성찰한 사람들이 철학자들과 수피 영성가들이었다. 그런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철학자들은 중세 이후 씨가 말랐고, 수피 영성가들은 근대 이후 씨가 말랐다. 자신의 종교신앙과 사회상을 반성하면서 비판하는 흐름이 결여된 상황에서 서구 영향 아래 새로운 세속주의 엘리트들이 탄생하였다. 그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늘날 종교비판은 종교 모독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슬람 세계에서 서구 그리스도교처럼 새로운 해석이 나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새로운 해석은 서구 거주 무슬림 학자들이 하고 있다. 이것이 비극 중에 가장 큰 비극이다. 


▲ ⓒ 이찬수


홍정호: 자유주의 세계의 종교가 IS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계몽을 통한 장기적 평화실현의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군사적 개입을 통한 IS의 박멸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없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과 계몽에 힘을 쏟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 


박현도: 공감한다. 이슬람 세계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세속주의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속주의적 사유도 필요하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오늘날 무슬림들은 문자주의적 태도를 지니고 경전을 해석한다. 경전을 신의 말씀 그 자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인들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성서 기자들의 기록이라고 여기지 않는가? 경전을 대하는 무슬림과 그리스도교인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무슬림들이 경전 자체를 우상화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찬수: 지금까지 우리 토론에서도 IS를 비판만 했는데, 그래도 혹시 IS의 긍정적인 요소가 있을까? 


박현도: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IS가 유일하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IS 때문에 무슬림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이슬람이라고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IS 때문에 무슬림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신앙이 과연 IS와 다른 것인가 하고 자기반성하는 기회를 맞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IS가 비무슬림들을 많이 죽이긴 했지만, 90퍼센트 이상의 피해자는 우리가 무슬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IS에게 당한 최대의 피해자가 바로 무슬림들이다. 


이찬수: IS는 물론 이슬람 전반을 큰 틀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발제와 토론 기회를 제공해 주신 박현도 교수께 감사드린다. 



[필진정보]
이찬수 :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강남대 교수, 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은 신의 암호』, 『불교와 그리스도교, 깊이에서 만나다』, 『종교로 세계 읽기』, 『한국 그리스도교 비평』, 『유일신론의 종말, 이제는 범재신론이다』등이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