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ICN >의 1월 31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제 : 미국 시카고 추기경 수피치, “우리는 피난민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것은 바로 우리”) - 편집자주
미국 시카고 교구 대주교인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지난 달 31일 공개한 트윗에서, “우리는 피난민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것은 바로 우리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달 29일에 발표된 ‘피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행정 명령에 대한 공식 성명서’에서 수피치 추기경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한 주는 미국 역사의 어두운 순간임이 드러났다. 피난민들을 쫓아 보내고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특히 폭력과 탄압 박해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무슬림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이 행정명령은 가톨릭의 가치와 미국의 가치 모두에 반하는 것이다. 폭력에서 도망치는 이들을 내쫓고 일부 인종과 종교를 도외시하고 소외되도록 내버려둔 과거의 끔찍한 결정을 되풀이 한 것은 아닌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우리 역시 한 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결정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치며 고통 받고 있는 이민자들과 피난민들의 행렬이 전면적으로 중단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의 설계와 이러한 정책 실행은 성급했으며, 혼란스럽고 잔혹하고 게다가 (진정) 미국의 안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실질적 요소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합법적 비자와 그 외의 증명 서류를 지닌 사람들을 공항에 구금하고, 도망쳐 나오고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 하도록 했다. 오후 5시에 겨우 한 연방법원 판사가 이런 불공평한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개입했을 뿐이다.
(정부는) 우리에게 이것이 대선 기간 동안 제안된 바 있는 ‘무슬림 추방’이 아니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행위들은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소수의 기독교인이나 비무슬림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고 하나, 목숨을 부지하려 도망치고 있는 무슬림에게는 그러한 예외를 두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추방은 9·11 테러 비행기 납치범들의 19개 출신 국가 중 15개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라크인들, 심지어 파괴 전투에서 우리 군을 도왔던 이라크 사람들은 이 추방에 포함되었다.
미국은 살기 위해 도망치는 피난민들을 받아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가톨릭 단체들은 전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남성, 여성 그리고 아이들과 가정을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제공해왔다. 많은 신부들과 성직자 그리고 평신도들은 이러한 재정착 과정 속에서 이들을 돕고자 이들과 함께 해왔다. 수십 년 동안 피난민, 이민자 정착에 도움을 준 우리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받기 전까지 이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길고도 수많은 심사 절차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초창기의 (피난민, 이민자에 대한) 이런 두려움이 피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사회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지역 사회의 자비로운 의지로 변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기 시카고에서 이민자 세대들은 새로운 거처를 찾았다. 그 점에서 우리는 더 나아진 셈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버리고 함께 모여 우리의 원래 모습을, 그리고 희망과 연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세상에서의 우리 모습을 되찾을 시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5년 미 의회에서 “우리가 안전을 원한다면, 안전을 (다른 이들에게) 주도록 하자. 우리가 삶을 원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삶을 주도록 하자. 기회를 원하면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자”라는 도전적인 발언을 공표하셨다. 이번 주의 사건을 지켜보며 “남에게 재는 잣대는 시간이 우리를 잴 잣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머릿속을 맴돈다.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시카고 교구 대주교로, 지난 해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발한 17명의 추기경 중 한 명이며 현재 미국 주교회의 미성년자보호위원회장을 맡고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으로 교황청 주교성 심의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