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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땅 팔고 ‘순명’ 웬말이냐”
  • 최진
  • 등록 2017-02-16 14:05:28
  • 수정 2017-02-22 17: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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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동성당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인천 중구청 앞에서 성전부지 매각 반대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답동성당비대위)


천주교 인천교구가 답동성당 부지 일부를 신자들 몰래 지자체에 매각한 결정에 대해 신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자들은 인천 천주교의 얼굴인 답동성당 부지를 일방적으로 매각한 교구의 결정을 규탄하며 이번 매각이 ‘원천무효’라고 지적했다.


답동성당 신자들로 구성된 ‘답동성당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5일 오후 인천 중구청 정문 앞에서 성전부지 매각 반대집회를 열고 문화재로 지정된 답동성당 부지를 신자들과 상의도 없이 사고파는 인천교구와 중구청을 규탄했다. 


대책위는 해당 부지가 성당 신자들을 위해 기부된 땅이기 때문에 교구가 일방적으로 매각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또한 교구가 신자들에게 성역화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해놓고 갑자기 지자체의 주차장 부지로 매각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성당 신자들은 이번 사업이 성당의 성역화 사업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자체 주차장 사업이 됐다. 신자들의 공간을 지자체 주차장으로 팔면서, 정작 신자들에게는 한 마디 상의도 없었던 이번 매각은 잘못된 것


정동준 대책위원장은 “교구청은 가톨릭회관 건물과 부지를 매각하면서 성당 땅 1,230평을 같이 팔았다. 그리고선 자기들은 다른 교구청 건물로 도망쳤다”라며 “교구청이 멋대로 매각을 해버려서 앞으로 신자들은 화장실과 영안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잃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정 위원장은 “땅을 기부한 분의 후손들이 답동성당을 다닌다. 답동성당이 주교좌성당이고 인천 천주교의 얼굴이기 때문에 명예 신탁을 한 것인데, 평신도 회장 싸인 하나로 신자들이 동의했다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주교님과 면담을 하니 총대리 신부님과 상의하란다. 그래서 총대리 신부님과 면담을 했더니, ‘교구의 결정에 순명하라’고 했다.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고 다 팔아먹고 도망가는데, 순명이 무슨 말이냐


▲ (구)천주교인천교구청 (좌), 답동주교좌성당 (우) ⓒ 최진


한편, 중구청은 이번 매각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교회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업을 담당한 중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땅의 소유주가 인천교구다. 우리는 그 땅 주인과 매각협상을 했다”며 “천주교 안에서 일어난 문제는 천주교에서 해결해야지, 중구청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천주교 책임자들과 이야기를 한 것이다. 신자들이 항의한다면 천주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지난해 10월 ‘답동성당일원 관광자원화와 주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건물과 부지, 그리고 답동성당 앞 3,541㎡를 인천교구로부터 94억여 원에 매입했다. 사업의 내용은 신포시장 방문객들의 주차난 해소와 인근 근대건축물과 어우러지는 녹지공원 조성이다.


대책위는 성당 땅이 다시 신자들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교구와 중구청을 상대로 항의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각에서는 교구가 신자들에게 ‘순명’을 강요하기 보다는 성역화 사업에 관한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답동성당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10일 구반장 신년미사 때 교구청에서 주교님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답동성당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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