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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목소리로부터 시작하는 종교개혁 선언
  • 문미정
  • 등록 2017-12-26 15:15:32
  • 수정 2017-12-26 15: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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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8일 종교개혁 선언문 공표에 앞서, 22일 선언문에 대한 시민들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 문미정


오는 28일 종교개혁 선언문을 공표하기에 앞서,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민들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이도흠 추진위 운영위원장과 손원영, 한상봉 기초위원이 각각 불교·개신교·천주교의 개혁 과제와 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이규원·박병기 교수가 선언문 초안을 낭독했다. 


돈, 권력, 그리고 거대조직을 넘어선 종교를 꿈꾸며


먼저 불교계 이도흠 운영위원장은 ‘승가공동체의 붕괴와 사방승가 정신의 해체’, ‘지도층 승려의 범계행위의 일상화와 구조화’, ‘마곡사 금권선거’, ‘언론탄압’, ‘명진스님 제적과 범계 스님의 사면 남발’, ‘동국대 사태’, ‘정교유착과 권력과 제도의 사사화’ 등을 불교의 적폐 양상으로 꼽았다. 


이에 대한 청산 방안으로, ‘사방승가 정신의 회복과 청정 승가공동체 건설’, ‘수행과 재정 분리 및 사찰운영위원회 거버넌스 시스템 확보’, ‘총무원장·종회 의원·주지 선거 직선제’, ‘호국불교 이데올로기와 정교유착 해체’, ‘언론자유 보장’, ‘스님 범계 진상조사와 엄정한 집행 및 계율 현대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 ‘매달 정기적으로 집회, 기자회견, 성명서 등의 실천을 해 조계종단과 총무원, 권승들과 유착관계 맺고 있는 자본-국가-보수언론-사학 카르텔 압박’, ‘재자 불심 법회 열어 조계종과 총무원 주변화·무력화’, ‘불자들의 청규와 사회교리서를 만들어 나부터 청정한 삶과 수행, 신행 실천’ 이러한 세 가지 길을 함께 해야 불교개혁운동이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계 손원영 기초위원은 ‘교회사유화-재벌형기업화’, ‘제국주의적-문화폭력적 선교방식’, ‘교회연합기관의 아노미와 남성-권위주의적 적폐’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개신교의 적폐 양상을 분석했다. 


이어 교회의 공공성 회복, 만인사제론 실현, 작은교회들의 출현과 역할지지, 사회적 영성과 이웃종교와의 평화, 사회적 약자와 연대를 방안으로 꼽았다. 손 위원은 “거의 모든 위대한 역사는 아주 작은 변방에서 시작되었다”며, 예수 그리스도 복음 선포가 변방 땅인 갈릴리에서 시작되었고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변방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의 종교평화운동과 종교개혁선언도 분명히 큰 파도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계 한상봉 기초위원은 “교회 개혁의 길이 자칫 배제와 차별의 길이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하며,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폐’가 ‘적들의 폐단’으로 읽히기도 하며, 교회 안에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도 적(敵)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폐란 말을 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평생 사제, 주교, 교황으로 살다가 죽는 종신적 특성이 성직자를 평신도와 구분되는 ‘신분’으로 여기게 만든다면서, 이 신분제가 위계를 만들고 민주화로 가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수익사업에 나선 교회 모습을 언급하며 “교회가 종교법인 사업체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치는 자선의 최고형태”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이를 위해 ‘사회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개혁시도와 무엇이 다른가


▲ ⓒ 문미정


선언문 초안 낭독 뒤 이어진 시민공청회 시간에는, 이번 종교개혁 선언의 개방성이 주요 의견으로 제기됐다. 자칫하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소수들의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언문 보기)


한 개신교 신자는 1998년에 있었던 ‘한국교회 개혁 선언’을 언급하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한탄했다. 학자, 성직자들이 아닌 교인들을 대상으로 내용을 다듬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개신교 교회 집사라고 밝힌 시민은 기초위원회에 평신도 활동가들도 참여하도록 하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여러 사람이 함께 동참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두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한 수도자는 ‘성직자’, ‘수행자’, ‘하느님’ 등 용어들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선택한 언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 안에 내재된 종교 근본주의적 태도에 대한 반성이 선언문에 들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종교개혁 선언문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남겼다. ⓒ 문미정


불교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 시민은 선언문에서 ‘사회의 약자인 여성’이라고 표기하는 건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차별문제가 심각한데, 선언문에는 이 문제가 잘 담겨져 있지 않아 여성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하며, 여성이슈를 좀 더 담아낼 수 있는 선언문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취지에 공감하지만 선언문이 일반시민사회에 공개됐을 때 과연 어떤 인상으로 다가올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야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언문에 3·1독립선언과 촛불항쟁이 나오는 만큼 종교의 역사적 과오 문제도 다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남겼다. 


추진위는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걸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선언문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후 (가칭)‘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추진 공동연대’로 전환해 운동단체로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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