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주교)가 원로사제 정은규 몬시뇰을 3월 1일부로 ‘정직’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직 처분이 < 대구MBC >를 상대로 한 대구구천주교회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내용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중규 전 국민의당 희망원대책위원장은 4일 자신의 SNS에, 아흔을 바라보는 은퇴 원로사제 정은규 몬시뇰의 정직 조치가 “교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쇄신 움직임을 강압적으로 잠재우려는 ‘정치적 조치’”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교구 쇄신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정은규 몬시뇰과 이강언 신부가 2014년 4월 23일에 작성한 것으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질타하며 교회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교구 쇄신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인사 문제를 비롯해 조환길 대주교의 주교중심주의‧권위주의‧세속주의적인 태도와 교구 전반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이들은 조환길 대주교가 사제평의회 등 교구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 교회법을 지키지 않으며 국법을 준수하지 않는 법적 해이, 청렴성‧정직성 결여로 인한 도덕적 해이로 각종 금전적 비리와 잡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구는 거래은행, 매일신문사의 거래회사, 대학의 용역회사, 교구운영기관들, 기타 회사 등 각종 거래기관, 단체들로부터 합당하지 않은 금전을 받고 있으며, ○○약품 도매상을 통하여 국법이 금하는 제약회사들로부터의 리베이트도 받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교구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베들레헴공동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교구 산하 다른 시설에 시급히 필요한 돈이 많을 것인데 그렇게 작은 공동체에 헌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면서 해당 시설은 왜 교구 사회복지회에 소속시키지 않는 것인지, “자칫 우리 교구장님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금전수수’를 하신다는 비난을 들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해당 문서에는 ‘정직제재(停職制栽)’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그 즈음 교구 쇄신을 요구하는 원로사제들의 요청에 교구장은 참사회를 소집하고 정직제재를 의논했고 이를 통해 원로사제들의 언로(言路)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문서를 작성한 두 원로사제는 “이러한 시도를 중지하고 부디 겸허한 마음으로 현안문제에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제들에게 밝힌 정직 사유…이대로 논란 종식될까
정중규 전 위원장이 SNS에 문서를 공개하기 하루 전인 3일, 대구대교구는 교구 사제들에게 보내는 공지사항에서 정은규 몬시뇰의 정직 사유에 대해 밝혔다.
교구 쇄신을 요청하는 진정서 때문이 아니라, 2014년 소 모 신부가 작성한 학교법인 선목학원 이사장 조환길 대주교의 대학 관련 비리 문서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최근에 발신인을 숨긴 채 여러 사람에게 유포한 사람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문서를 작성한 소 모 신부의 징계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며, “조만간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로사제의 이례적인 정직 처분이 있은 후 관련 문서가 공개됨에 따라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관련 사안에 대한 교구의 해명은 사제들에게만 보내져 시민단체와 교구민들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