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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노자와 교회 : 58년 개띠 형에게.
  • 김유철
  • 등록 2018-03-13 10:58:38
  • 수정 2018-03-19 1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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載營魂魄 재영혼백 抱一 포일 能無離乎 능무리호 專氣致柔 전기치유 能如嬰兒乎 능여영아호 滌除玄覽 척제현람 能無疵乎 능무자호 愛民治國 애민치국 能無爲乎 능무위호 天門開闔 천문개합 能爲雌乎 능위자호 明白四達 명백사달 能無知乎 능무지호 生之畜之 생지축지 生而不有 생이불유 爲而不恃 위이불시 長而不宰 장이부재 是謂玄德 시위현덕


육체를 다스리는 넋과 정신을 다스리는 넋을 몸에 실어 하나로 하되 서로 헤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느냐? 호흡을 오로지 하여 부드러워지되 젖먹이처럼 될 수 있겠느냐? 자기 안의 흐린 거울을 깨끗하게 하되 티 하나 없이 할 수 있겠느냐?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되 사사로운 마음 없이 할 수 있겠느냐? 이목구비의 감각의 관을 열고 닫되 여성처럼 수동적인 자세로 할 수 있겠는가? 사방을 환히 알아서 비치되 스스로 아는 바 없을 수 있겠느냐? 낳고 기르고 하되, 낳아서 가지지 아니하고 일을 하되 그것을 자랑하지 아니하며, 기르되 그 기른 것을 부리지 아니하니 이를 일컬어 ‘그윽할 덕’이라 한다.(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2003. 삼인)



반갑습니다. 어서오십시오.


▲ 신임 주한 교황대사로 임명된 알프레드 수아레브 몬시뇰 (사진출처=VATICAN NEWS)


알프레드 수에레브. 발음이 어려운 당신을 형이라 부르며 글을 시작합니다. 작년 가을쯤 주한 교황대사였던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주한 교황대사에서 이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러면 새로운 교황대사는 어느 분이 오실까 궁금했습니다. 한국교회 역사는 230여년 되었지만 교황청과 한국이 1947년(외교수립은 1967년) 초대 교황사절이후로 누가 계셨는지, 그리고 주한 교황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한국사회의 사회적 이슈가 용광로처럼 끓을 무렵이었던 1987년 6.10항쟁을 전후하여 이반 디아스 대사의 이름이 회자되었고 이후 몇 분의 교황대사를 거쳐 최근 오스발도 파딜랴 대사가 근무를 했습니다. 이제 형이 11대 주한 교황대사로서 임명되어 부임을 앞두고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교회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교황대사(Apostolic Nuncio)는 사도좌가 교황을 대리해 지역 교회에 파견한 고위 성직자이자 상대 국가에 국제법상 대사 자격으로 파견한 외교관이다. 교황청과 지역 교회의 일치와 유대, 교황청과 주재국 정부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주교회의 2017년 8월 31일 보도자료 참조) 


‘특명전권대사’의 준말인 ‘대사’를 흔히 ‘외교관의 꽃’이라 부르지요. 서양에서는 예전에는 귀족만 가능한 직업이기도 했습니다. 입헌군주국에서는 신임장 제정식 때 His/Her Excellency(각하) 또는 Mr. Ambassador(대사님)라는 경칭을 부른다니 한 나라를 대표하여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의 자리는 막중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국민을 보호하고 해당지역 정보파악은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만 특별히 바티칸에서 파견하는 주한 교황대사의 자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자리는 아니기도 합니다.



교종의 절묘한 포석으로 생각하며


‘감히’라는 말이 당연할 것입니다. 교종께서 임명한 신임 교황대사에게 “58년 개띠 형”이라고 불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주교회의 보도자료를 보다가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58년 몰타에서 태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아울러 교종 프란치스코께서 파견하신 분에 대한 반가움도 크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몰타(Malta)라는 국가이름이 생소했습니다. 죄송스럽게도 몰타가 섬이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찾아보고 알았으니까요. 유럽여행을 못 가본 한국인을 이해해 주시겠지요?


현재 형의 계급(?)인 몬시뇰이라는 ‘직’이 아마도 한국에 오시기전 팔리움을 받는 대주교로 승품 되겠지요. 전임 대사들이 모두 대주교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합니다. 굳이 승품이 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한국의 지역 주교들과의 형평성이나 대사라는 자리에 어울린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여깁니다. 대사가 상대할 한국은 아시아의 작은 국가이며 여전히 전교 대상 국가이겠지만 바티칸에 대한 재정기여도나 가톨릭이 한국사회에 가지는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대사에게 주어진 일이 만만치 않음을 지레짐작합니다.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형의 프로필입니다. ‘1958년 몰타출신. 1984년 사제품. 교황청 데레사대학 신학 박사. 1991-95년 교황청 라테라노대학 학장 개인 비서. 1995년부터 교황청 국무원, 교황궁내원 등 근무. 2007년 12월-2013년 3월 베네딕토 16세 제2 개인비서.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제1 개인비서이며 2014년 3월 이후 교황청 재무원 사무총장’. 형의 프로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외교관 생활을 안 하신 분이 주한 대사로 오는 것도 ‘신선’했고, 전임에 비해 ‘젊은 분’이 오는 것도 기대(!)를 갖게 합니다. 무엇보다 교종의 방점이자 포석의 의미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합니다.



형에게 부탁하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사라는 국제정치적 역할과 지역 주교들과의 관계가 첫째 임무이겠지만 교종 프란치스코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좀 만나주시렵니까? 이른바 ‘외세’에 기대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외교관과 달리 형은 성직자입니다. 성직자는 사람들-그 중에서도 가난한 자-를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우리에게 영원한 맏형인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역교구를 맡고 있는 주교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여 지역 교구민과 지역의 한국인들을 만나보십시오. 물론 행사 때가 아니라 수시로 말입니다. 하여 진정 한국인들이 무엇을 바라고, 한국신자들이 무엇을 희망하며 살고 있는지 귀를 기울려 보십시오. 외교관의 첫째 임무가 ‘자국민 보호’라고 했을 때 형의 첫 번째 의무는 ‘하느님나라 백성’의 보호입니다.


두 번째는 형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번째 임시 교황사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티칸은 1950년 일본 주재 교황 공사 푸르스텐베르크 대주교를 6.25전쟁 중인 한국의 임시 교황사절로 임명한 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남북은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한민족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강대국의 세력장 안에 있기는 100여 년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과 교황청이 수교이전이라도 임시 교황 사절로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지탱할 수 있는 외교역할이 필요합니다. 아시겠지만 한국과 교황청의 외교수립은 1963년 이루어졌지만 그 이전에 이미 교황사절을 꾸준히 한국에 보냈습니다. 하여 형이 남북 모두가 인정하는 첫 번째 겸임 대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베풀되 자기가 사랑을 베푸는 줄도 모르게


얼굴 들고 말하지 못하는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 (탈출3,14)라고 말했던 소리를 노자는 ‘道’라 말하며 스스로 그러한 SELF-SO의 가르침을 동시대 사람들과 먼 훗날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오늘 노자 10장에서도 하늘 문을 드나들되 낮고 낮은 자세로 하라고 진곡하게 말합니다. 마치 우리 주님 예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사랑을 베풀되 자기가 사랑을 베푸는 줄도 모르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모르는 왼손의 거룩한 무식이겠지요. 우리는 모두 이마 위에 떨어진 물 한 방울의 인연으로 모였다가 그것이 마르는 날 흩어질 사람들입니다. 그런 인연 속에서 멀리서 오는 58년 개띠 형을 기다리는 날도 있습니다. 1년 후 다시 편지 보내리다.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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