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게 하소서.
11년 만에 이루어지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2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1995년 3월 7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첫 미사를 지내면서 시작됐다.
이 미사를 통해 이름 그대로, 남북 민족의 화해와 온전한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에 있는 5만 2천여 명의 신자와 57개의 본당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995년 8월 15일, 서울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북한 천주교 공식기구 조선가톨릭협회는 미사 후 공동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하기로 합의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남북의 신자들은 명동성당과 평양 장충성당에서 동시에 같은 기도로 미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27일에 있을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봉헌된 이번 미사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 걸린 역사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 백성이 염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만이 아니다” 라며“평화는 서로 신뢰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보장할 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8일 방한 당시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의 강론 때 “대화하고 만나며 차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기도합시다”라며 “한국인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형제자매이고,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에도 교황청에서 세계 각국 인사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연설 중 “한반도에서 현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길들을 찾게 되는 모든 대화와 노력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언급을 잊지 않았다.
이날 미사에는 10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 했으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파견성가로 함께 부르고, 이전과 다름없이 미사가 끝난 후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
주여,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저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