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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예수는 혁명가다"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6-09 10:27:37
  • 수정 2015-06-22 1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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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혁명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답변이다. 대답이 너무 빨리 나와 미처 받아 적을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기득권자들의 일방적 지배 시대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또 인간으로서 그 사회의 힘들고, 어렵고, 소외된 자의 편이 되어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들을 영적으로 인도했을 뿐 아니라 현세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예수님의 목표 중의 하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혁명가였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막힘이 없었다. 일사천리로 왜 예수가 혁명가임을 설명하고는, 갑자기 2천년의 세월을 건너뛴다. “오늘날 그 측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해방신학 아닙니까?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이고요.”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님은 종교의 역할이 세상과 분리되어서 영적 위안만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삶에 다가가 직접 간여하고 발언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그 분은 그렇게 행동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존경 받고 있습니다. 아마 가톨릭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교황이 아닐까요? 그 같은 교황은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너무 뜻밖의 대답이고 청산유수여서, 해방신학에 해박한 것 같다고 하자, 사회적 현상의 일부니까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간단히 답했다. 오지랖도, 관심범위도 넓다는 소문 그대로였다.


예수에 대한 물음은 이 시장에게 보낸 예상 질문에는 물론 없었다. 또 그런 이야기가 나올 분위기도 아니었다. 가톨릭프레스가 종교언론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물어봤는데, 그렇게 막힘없이 나오는 것을 보니 평소에 예수에 대해, 종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음에 틀림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시장에 대한 기사나 인터뷰는 너무 많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재명’을 치면, 끊임없이 관련 기사 등이 쏟아져 나온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소신’ 발언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그 수많은 기사나 인터뷰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눈에 안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종교다. 그가 신을 믿는지, 믿는다면 어느 신이지, 아니 무신론자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뷰 처음 시작에 종교가 있으십니까? 라고 물었더니, 거침없이 기독교라고 답했다. 네? 그런데, 지금까지 그 부분은 밝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라고 했더니,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종교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줄 경우 그 부작용이 너무 큽니다. 모든 갈등은 치유되는데, 종교 갈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종교가 정치에 간여한다는 것은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이는 종교 갈등을 유발합니다.”


정교분리 말씀이신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라고 하자 “종교는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고, 정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종교는 가치판단의 문제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정치가 할 일입니다. 그게 헌법에서 규정한 정교분리입니다.”


종교적 영향력을 정치에 이용할 경우 종교적 갈등을 유발해, 종교적 영향력은 종교 활동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의 가장 큰 목적은 사회통합인데 종교가 개입하면 갈등과 분열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겼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등 불법선거를 규탄하거나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가톨릭 신부들이 거리에서 행하는 시국미사 등은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이 시장의 답변은 역시 간단하고 명료했다. “거리미사나 시국미사 등은 정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권, 사회정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미사는 얼마든지 종교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교 이야기가 나온 김에 황교안 총리 후보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황 후보의 지나친 종교 편향이 국무총리라는 공직 수행에 지장이 없을 것인 가였다. 국무총리라는 위치는 사회통합에 중요한 자리니까.


“종교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입니다. 종교적으로 편향되어 공직자로서 적절한가 하는 것은 가치판단의 문제여서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끔 제 영역을 벗어나서 중앙정치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가령 세월호 사태처럼 사회적 문제이거나 삶의 문제일 경우에 그렇습니다. 제가 총리 청문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는 자신이 언급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까지 말해,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질문을 아예 원천봉쇄하는 노련한 수완을 보였다.


다시 교회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 시장은 개신교의 민중신학에 대해 물론 아주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197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에 큰 영향을 끼친 도시산업선교회에 대해 언급했다.


이 시장은 현재 개신교의 활동에 대해, 종교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형 교회의 일탈이 눈에 띄어 국민들의 불신과 무시를 받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다수의 개신교 지도자 및 성도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복음에 충실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쁜 것이 대표적으로 잘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성남시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성경에 나오는 희년을 본떠서 ‘빚 탕감 프로젝트’(롤링 주빌리)를 현재 진행 중이다. 경제적 약자들의 장기적 채무를 탕감해 주자는 것으로, 31개 교회가 참여해 1억 원 정도의 기금을 모았다. 이 정도 액수면 50억 원 정도의 채무를 탕감해 줄 수 있다. 불교와 천주교도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


이 시장은 분당 모 교회에 매주 빠짐없이 나가고 있다. 교회는 보수적인 예수회장로회 합동소속이지만,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 분위기는 보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교회에서는 아무런 직분도 맡고 있지 않다. 그가 교회에 나간 것은 10년 정도가 됐다. 그 전에는 무신론자였다.


“그동안 종교에 대해 될 수 있으면 언급을 안 했던 것은 다른 종교 사람들이 섭섭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종교인에 대한 배려차원이었다는 것으로, 딴 뜻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선거에 종교를 활용할 생각는 전혀 없습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성남시가 환자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그것이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 보십시오. 성남은 상대적으로 조용합니다. 최소한 혼란, 불안, 공포가 없습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신뢰다. 그 신뢰란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그는 믿는다. “불신은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모든 정보는 공개해야 합니다.”


메르스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이고 있는 갈등에 대해 물었다.


“상호 협조와 역할 분담이 기본입니다. 중앙정부는 지휘 측면에 집중하고, 지방정부는 협력관계에 집중합니다. 이 둘이 잘 조화되어야 합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경우에는 일사분란 해야 될 부분과 각자 다르게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며, 그것이 지방자치의 이유라고 보충 설명했다.


‘공정한 세상’이 그의 모토다. “제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봤기 때문에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불공정한 세상이 가져오는 피해는 너무 커서 희망을 잃게 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공정한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몇 번이나 되풀이 말했다. 그 모토가 책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했다.


그 말을 하면서 그는 그 일을 하는 데는 인권운동가이건, 시민운동가이건, 시장이건, 그 위치나 지위 등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으로서 그 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요즘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고 묻자, “그것도 피할 필요는 없다”고 ‘쉽게’ 대답했다.


“대선이 좀 더 유용한 수단이 된다면 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능성도 없다”면서 “대선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며 뒤를 흐렸다. 그리고는 “무엇을 하든 차이가 없다. 바쁘기는 마찬가지다”라며 대선에 대해 딱 부러지게 긍정도 안 했지만, 그렇다고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말에, 지금 얼마나 바쁘냐고 물었다. 대답이 아주 재밌다. “부부간에도 침실에서 SNS로 소통할 정도다.”


개인적인 것을 몇 가지 물었다. 이 시장은 젊었을 때 자살 기도를 두 번했다. 모두 연탄불을 피웠지만, 한 번은 불이 꺼져서. 또 한 번은 들켜서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 자살을 하려는 젊은이에게 급히 한 말만 한다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와 죽을 용기와 결단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살아봐라.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 이 두 말이다.”


그는 시장이 되기 전 시민운동을 하면서 험악한 위협을 몇 번 받았다. 그래서 한 때는 가스총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위협 같은 것을 받습니까? 조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그런 것은 없어요. 다만 횡포 부리는 사람 정도는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경호 수행원을 한 명 뒀습니다.” 무술 유단자가 항상 옆에 붙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단다.


그의 집무실 책상 뒤 벽에는 ‘德風萬里’(덕풍만리)라는 액자가 걸려있다. 대구에 사는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이 보냈는데, 자신이 해야 할 일 같아서 걸어두었단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事必歸正’(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 나쁜 짓을 하면 혼난다, 라는 의미로 자신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오면서 이 시장이 명함을 줬다. 명함에는 점자도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언제가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줄 때가 있었는데, 그 때 깨달았다”고 했다.


‘덕풍’이 ‘만리’가 되려면, 그러면 대선에 나오셔야 되겠네요?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랬더니 이 시장은 “그건 모르죠”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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