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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교회 성폭력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
  • 문미정
  • 등록 2018-07-27 19:34:25
  • 수정 2018-07-31 12: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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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미정


밧세바가 다윗을 유혹한 것이 아니다. 이미 다윗의 마음 속에 음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피해자가 평소 가해자와 어떤 관계였는지, 옷차림은 어떠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교회 성폭력 대응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성폭력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 26일, 교회 성폭력 해결을 위한 가이드북을 펴낸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 뉴스앤조이 >는 『미투 처치투 위드유』 출판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은 1999년도부터 성폭력 상담을 시작한 김미랑 탁틴내일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 `선녀와 나무꾼`에서 어떤 범죄들이 발생했을까요? 독자여러분도 한번 찾아보세요! ⓒ 문미정


김미랑 소장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그림을 보여주면서, 여기에서 발생한 범죄는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던 것을 새롭게 다시 보는 시대가 됐다”면서, 성폭력 관점을 다르게 갖자고 설명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를 받는 것이 성폭력이며 신체접촉 없이 행해지는 성적 행위, 성추행, 강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폭력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닌 상대방의 ‘동의’ 유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은 성폭력을 어떻게 바라볼까. 1992년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성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긍정적으로, 자유로이 허락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성적 삽입은 다 성폭력이라고 판결했다. 독일 형법은 피해자가 두려움 때문에 몸이 굳거나 가해자에 대한 공포, 기타 심리적 이유로 저항할 능력이 없었던 경우 등 저항하지 않거나 저항을 포기한 경우에도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그루밍’


‘그루밍’은 본래 동물이 자신의 몸을 단장할 때 쓰는 말이지만, 피해자의 신뢰를 쌓고 길들이며 성폭력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김 소장은 ‘피해자 고르기-피해자 신뢰 얻기-욕구 충족시키기-고립시키기-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통제 유지하기’ 여섯 단계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그루밍’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처벌하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성 학대가 일어나기 전까진 신뢰를 쌓고 욕구를 충족시켜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성학대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루밍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건 가해자의 성적인 동기, 의도성과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거의 그루밍이며, 신앙심이 투철했던 사람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하느님을 원망하며 교회를 등진다. 그루밍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서 더 치명적이다. 자신이 학대 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며, 심지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처럼 느끼고 가해자를 사랑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 문미정


먼저 김미랑 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점검했다. 과연 성폭력은 억제할 수 없는 남성의 충동적 성충동 때문에 일어날까?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과 조심성 없는 행동이 성폭력을 유발할까?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치유되기 어려운 걸까? 


성폭력은 우발적으로,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절대 아니다.


김 소장은 “성폭력 교육은 피해 예방이 아닌 ‘가해 예방’ 교육”이어야 하며, “가해 행위가 없으면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 가해자 수보다 피해자 수가 더 많은데, 이는 “가해자 한 명이 피해를 여러 번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폭력 통념을 극복할 때 중요한건, “발생원인은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황에 원인을 두지 않고 피해자 특성에 원인을 두는 것을 피해자귀납 또는 기본귀인오류라고 한다면서, 이러한 귀인오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직의 성 인지 수준이 낮을수록 문제 해결력은 떨어지고 피해자가 겪게 되는 고충, 후유증은 더욱 커지는데, 이때 발생하는 피해자 유발론은 2차 가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김 소장은 행위자를 대할 때 ▲옹호하거나 감싸지 말 것 ▲ 위로, 변명한다고 행위를 경시하지 말 것 ▲책임을 줄이려 하지 말 것(피해자 유발론) ▲함께 책임질 부분은 없는지 고민할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자 경험이 중요하다. 가해자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와 가깝게 지내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위해 한 말이어도, 피해자가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 잊으라’, ‘네 인생을 위해 용서하라’는 말은 2차 가해가 된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은 ‘그때 거기’로부터 벗어나서 ‘지금 여기’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갖고 오는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들어주고 풀어주는 일을 다른 곳에서는 못 해도 교회 안에서 해야 하며 지금 여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에서 법적 처벌을 하는 것과는 별도로, 교회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 사건을 진행할 것인지, 그 합의에 동의할 것인지 등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성폭력’이란,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회복해 자신다워지는 것이며 자신이 길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으며, 김 소장의 강연이 끝난 후에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참석자에 대한 주최측의 배려도 돋보였다. 참석자들 중 사진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은 노란색 포스트잇을 상체에 붙이도록 안내했고, “이 분들의 얼굴은 사진에서 가려달라”고 취재진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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