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칠레 가톨릭 주교회의는 칠레 전역에서 벌어진 성직자 성범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했다. 사죄의 뜻을 밝힌 이번 공식 성명서는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열린 주교회의 특별총회의 결과이다.
성명서에서 주교들은 “우리가 사제 혹은 수도자들에 의해 벌어진 심각한 범죄나 불의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뢰하며, 이들을 도와야 할 목자로서의 임무를 지키지 못 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고통스러운 성범죄와 권력남용에 대해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에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교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도운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도 사죄하면서, “우리는 성범죄를 시의 적절하게 다루는데 필요한 칠레 주교회의 산하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동행 중앙위원회(Consejo Nacional de Prevención de Abusos y Acompañamiento de Víctimas, 이하 성범죄 위원회)의 방향성을 교회 기관에 받아들이지 못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태만과 그로인한 실패가 고통과 혼란을 일으키고 교회 일치에 악영향을 미쳐 회개를 가로막고 희망을 무너트렸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번 특별총회에서는 기존 아동 성범죄 관련 지침을 수정해 내부 고발자나 피해자 신원 보호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칠레 사법 당국에 아동 성범죄 관련 정보 전달 의무를 명시하며, 칠레 전역에서 벌어진 아동 성범죄 관련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성직자 성범죄 퇴치 및 예방에 관련한 약속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교들은 “관할 주교를 만나고자 하는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돕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성범죄 피해의 치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교회 인력에 대한 상시적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권력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 양식 제정 및 관련 업무에 평신도 참여 확대와 성범죄 환경 개선을 위한 교회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특별히, 교회 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성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칠레 주교회의는 성범죄 위원회 의장에, 관행대로 주교를 임명하지 않고 여성이자 평신도인 아나 마리아 셀리스 브루네트(Ana Maria Celis Brunet) 변호사를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관련 지침 적용을 감독하고 고발을 접수하게 될 새로운 사무국에도 여성 평신도 필라 라미레즈 로드리게즈(Pilar Ramirez Rodriguez)가 임명되었다.
이번 결정과 약속을 통해 “다양한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검토하여 이러한 범죄를 처벌하고 치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시효’로 인해 가로막히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한 결정과 약속들이 그 자체로 성범죄라는 비극적 재앙과 그 복잡한 원인과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