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두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가톨릭교회의 관점과 실천으로 난민의 인권을 바라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아야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JRS, Jesuit Refugee Service) 한국대표 심유환 신부는 난민 문제에 있어서 먼저 두려움을 내려놓아야 하며,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심유환 신부는 “예수님이 불쌍한 사람들을 보는 그 눈빛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심을 잡고 난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이성과 법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이 먼저 열려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해 ‘싫다, 두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혐오하는 것과 스스로 인지하고 바꿔보려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심을 잡았을 때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번도 난민 사태를 겪어보지 않아서 사회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서, 난민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심 신부는 바오로 사도가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지 않았다면 보편 교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이 ‘나만의’ 하느님이었다면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지 한국사람의 하느님은 아닐 것이라면서, 난민들도 하느님의 자식이라고 말했다.
난민을 둘러싼 걱정과 오해
‘우리나라 국민도 힘든데 왜 난민을 도와야 할까?’
이에 대해, “국가는 안보가 우선이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고 말했다. 이웃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힘을 잃었을 때 이웃국가, 국제사회가 그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면서 그것이 ‘국제협약’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난민을 받아야 하며, 1960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났을 때 우리도 도움을 받고 피난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슬림들이 테러를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닐까?’
실제로 스페인, 프랑스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테러범들은 1세대가 아닌 2세대라면서 “사회 통합이 실패했을 때 범죄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심유환 신부는 두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오른쪽 사진의 난민이 “우리가 꿈꾸던 난민들”이라면서 “옷도 헤지고 먹을 물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왼쪽 사진은 똑같은 난민 캠프인데도 도로가 있고 에어컨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난민이지만 상황과 환경이 다른 것은 “각 나라마다 경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른쪽 난민은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가난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예멘 난민이 입은 스포츠 유명 브랜드 의류에 대해 심유환 신부는 “난민이 자기 기준에 합당해야 된다는 거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난민은 곧 죽어가야 되고 옷은 헤져야 되고, 그런 사람만 인권적으로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이것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면서 이 정도까지 담론이 형성돼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심유환 신부는 난민 문제를 위해 ▲실질적 지원 ▲정부, NGO단체 등과 협력 ▲자원의 한계 안에서 여성, 아이, 장애인 등 우선순위 정하기 ▲통합 프로그램에 기여하기 등을 제안했다.
지난 7월 1일, 천주교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목서한을 발표했으며,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는 난민들에게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나눠주고 공소 문을 열어 난민들에게 숙소로 제공했다.
의정부교구는 지난 2월 동두천 난민공동체 센터를 열었으며 ‘1본당 1난민 가정 돌보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