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8일 시노드 폐막 미사를 끝으로 제15회 세계주교대위원회(이하 주교시노드)를 마무리했다. 폐막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 이야기를 들어 ‘신앙의 길로 가는 세 핵심 과정’으로 주교시노드를 설명했다.
교황은 “길가에 살던 거지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다른 이들과 걸어가는 제자가 된 바르티매오”처럼 시노드에 임한 모든 이들에게 “이 복음은 ‘신앙의 길’로 가는 세 가지 핵심 과정을 선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청, “귀의 사도직”
신앙의 길에 도움이 되는 첫 번째 과정이 바로 ‘경청’이다. 말하기 전에 경청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귀의 사도직(apostolate of the ear)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의 길에 임하는 첫 번째 과정으로 “경청”을 꼽았다. 바르티매오(마르코 10, 46)가 “아버지 없이, 집밖 길가에 홀로 있었다”고 지적하며 “그는 장님이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었으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그의 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의 부르짖음을 들었다”면서 예수께서는 바르티매오를 만나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우선 “그가 말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제자들이 바르티매오를 “미리 짜여진 계획에 나타난 불청객”으로 취급한 반면 예수에게 있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부르짖음은 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아닌 생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하고, 여러분의 마음을 여는 대신, 여러분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우리 이야기만 했던 것”에 사과했다.
이웃되기, “삶 안에서 싹트는 신앙”
말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물었고, 아무에게나 해당되는 고정관념이 아닌 ‘너에게’, 즉 당신의 상황에서 무엇을 바라는지를 물으신 것
신앙의 길에서 두 번째는 ‘이웃되기’를 꼽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 그를 따르는 “많은 군중” 가운데 누군가를 대표로 선출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직접 바르티매오를 만나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v. 51)라는 질문에 대해 예수께서는 “말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물었고, 아무에게나 해당되는 고정관념이 아닌 ‘너에게’, 즉 당신의 상황에서 무엇을 바라는지를 물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처럼 “신앙이란 삶을 통해 나타난다”며 “신앙이 교리 문장에만 몰두하게 되면, 가슴에 닿지 못하고 머리에만 이야기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면, 도덕우월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리주의자 혹은 행동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하느님의 방식대로 즉 ‘이웃과 가까이서’(proximity) 하느님의 과업을 이어가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가 이웃이 될 수 있는지, 울타리에서 벗어나 ‘우리 무리에 속하지는 않지만’ 주님께서 찾아 헤매시는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지를 자문해보자”고 독려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바르티매오를 위해 길에서 멈추셨다”면서 여기서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손을 더럽히신 것을 알고, 하느님께서 죄와 죽음 안에서 내 이웃이 되어주신 것을 상기하며 다시 길에 나서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께서 내 이웃이 되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한다”고 다시 강조하며 “그분을 향한 사랑으로 우리가 다른 이들의 이웃이 될 때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구원의 사랑을 증언하는 이가 된다”고 말했다.
증언,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 것으로 삼는 대신 우리의 생각을 그분의 말씀으로 둔갑시켜왔던가!
교황은 신앙의 길로 가는 마지막 과정으로 “증언”을 이야기했다. 교황은 “제자들은 구걸하는 그를 달래기 위해 조금의 돈을 가져가거나 조언을 해주려고 바르티매오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예수의 이름으로 다가간 것”이라고 설명하며 바르티매오를 일으키기 위해 제자들이 전한 말이 “모두 예수님이 하신 말씀”임을 지적했다. 결국 “예수만이 부름을 내리시며, 그를 따르는 이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형제가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리스도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되, 우리 이야기를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이야기를 들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수께서는 우리를 복음 속 제자들처럼 그분의 이름으로 용기를 주고 일으키라고 보내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얼마나 자주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 것으로 삼는 대신 우리의 생각을 그분의 말씀으로 둔갑시켜왔던가!”라고 개탄했다.
교황은 이렇게 경청, 이웃되기, 증언이라는 세 과정을 통해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v. 52)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바르티매오는 “어떤 과업도 수행하지 않았고 그저 동정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구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신앙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바르티매오를 구원한 신앙은 하느님에 대한 그의 명확한 생각이 아닌, 그분을 찾은 행위, 그분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 안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세 과정으로 이루어진 “공동의 여정”인 주교시노드에 동참한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