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수원에 의하면 핵발전은 가장 값싼 에너지를 생산하는 유일한 발전시스템이라고 한다. 정부와 한수원의 말대로 핵발전은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값싼 유일한 에너지일까.
핵발전 추진 세력들은 핵발전이 화력이나 천연가스 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단지 발전에 필요한 연료비와 건설비 그리고 유지비만 포함되어 있고, 핵발전의 사회적 비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김익중 교수는 <한국탈핵>에서 2011년 정부의 공식 발표를 예로 들면서 킬로와트시(KWh)당 발전 단가가 핵 발전이 40원, 석탄 60원, 수력 74원, 육상풍력 88원, 해상풍력 115원, 엘엔지(LNG) 118원, 석유 208원, 태양광 660원 등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핵발전 단가에 대한 계산 근거를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전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라는 보고서에서 사고발생 위험 비용, 핵발전 해체 및 환경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오시마 켄이치(大島堅一,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에 의하면, 핵발전의 사회적 비용이란 구체적으로 정책비용과 사고비용을 일컫는다. 정책비용은 핵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과 입지 선정비용으로 나뉜다. 입지 선정비용에는 핵발전소 입지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송출하는 송전선로 건설비용과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보상비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핵발전소와 함께 세트로 건설되는 양수발전소(핵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야간 등 공급이 수요를 상회할 때 잉여전력을 사용하기 위한 수력발전) 건설비용을 합치면 핵발전은 다른 발전소 건설비용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높아진다. 이 모든 비용을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12일,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고리1호기의 경제성이 불확실한데다 발전용량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설비의 0.6% 수준에 불과해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수원에 영구정지를 권고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수원이 권고안을 받아들인다면,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18일까지만 전력을 생산하고 폐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고리1호기의 폐로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1호기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핵방사능 물질의 처리 문제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방사능 물질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안전한 해체 과정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고리1호기에서 시설 내 저장조에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제거한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떤 방법으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도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일리노이주의 자이온 핵발전소는 1998년 가동을 중지하고, 17년 동안 해체 과정을 밟고 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핵반응로의 해체 등의 완전한 폐로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는 실정이다.
일본 핵발전소 중 최초로 폐로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도카이 1호기(흑연감속로)는 폐로 작업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핵반응로의 해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동시 폐로에 들어간 오마에자키 시의 하마오카 핵발전소 1, 2호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체 기간을 30년으로 잡고 있다.
영국 셀라필드 핵발전소 지역의 부지 정화를 복원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수원은 약 15년 동안 즉시 해체 방식으로 고리1호기를 해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이 홍보하고 있는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값싼 에너지로서의 핵발전 비용에는 핵발전소의 사고 비용과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비용 그리고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과 노후화된 핵발전소 폐쇄 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핵발전소 건설로 고향을 상실한 세대의 아픔과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될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어떠한 사회적 비용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고통스런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는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 결과를 철저하게 공개하고 있다. 모든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그리고 해체 과정에서도 시민의 참여가 가장 강력하고 공정한 규제의 기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와 한수원이 철저히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하며 비밀주의의 왜곡된 시스템으로 유지하고 있다. ‘메르스’라는 역병이 창궐한 이유 중의 하나가 정보의 독점과 비밀주의였다. 결국 핵발전과 메르스는 ‘통치의 위기’ 시대에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