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교황청과의 협정 체결 이후 관계개선을 위한 여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압박정책이 자행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역 차원에서 여러 압박 수단을 동원해 개별 사제들이나 신자들이 중국 정부를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 단속 여전한 중국 종교정책
지난 15일 교황청 외방선교회(Pontifical Institut for Foreign Missions) 소속 아시아 담당 매체 < AsiaNews >는 중국 허베이성 쉬안화(Xuanhua, Hebei) 교구 신부가 정부 관계자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쉬안화 교구 장꽝쥔 바오로(Paul Zhang Guangjun) 신부는 중국 공산당이 공식으로 인정한 중국 천주교 애국회 가입을 거부해왔다.
중국은, 교황청의 인가는 받았으나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지 않은 사제들이 사목 하는 ‘지하교회’와 중국 정부에서 공식 인정한 교회로 갈라져 있다.
중국 정부는 애국회에 가입하지 않는 사제와 주교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여 애국회에 가입시키거나 가입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탄압해왔다.
< AsiaNews >는 14일에 한 신원 불상자 무리가 장 신부의 차를 멈춰 세우고 유리를 깬 뒤 신부를 구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제와 함께 동승하고 있던 한 남성도 차에서 끌어내려져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신부는 몇 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공격을 당한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애국회 가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간쑤성 란저우 교구 훙 완시(Hong Wanxi) 신부 역시 자기 본가에 구금된 사실이 알려졌다.
교황청과 관계개선 위해 대외적으로는 폭넓은 행보
한편 중국 영자 매체 < South China Morning Post >은 이번 사제들의 연행 소식과 함께 교황청 관계자가 중국 북부에 초청을 받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청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잔프랑코 라바시(Gianfranco Ravasi) 추기경과 문화평의회 사무총장 폴 티헤(Paul Tighe) 주교가 오는 29일 ‘녹색으로 살다. 더 나은 삶을 살다’(Live Green, Live better)라는 주제로 열리는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 교황청 부스 개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박람회에는 110개국이 참여하며, 남북한도 참여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루 강(Lu Kang)도 지난 수요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며, 중국과 교황청이 잠정협정 이후 계속해서 대화를 해왔으며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지난해 9월 교황청-중국 잠정협정 이후 최초로 교황청이 수년 전 후보로 인정한 내몽골 자치구(네이멍구)의 지닝(Jining) 교구와 섬서성(Shaanxi)의 한중(Hanzhong) 교구 주교후보자 야오 슌 안토니오(Anthony Yao Shun) 신부와 수 홍웨이 스테파노 (Stephen Xu Hongwei) 신부가 각각 교구장 주교와 보좌주교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교구장직을 국가 공인 주교에게 양보하고 보좌주교직으로 ‘물러난’ 궈시진(Guo Xijin) 주교가 잔스루(Zhan Silu) 교구장 주교와 함께 성유 축성 미사를 집전했다. < Vatican News >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했기에 성유 축성 미사와 같은 주요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결국은 미사를 함께 집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궈시진 주교의 미사집전을 “협정 이행의 중요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 SCMP >에 따르면, 중국 97개 교구 중 절반에 달하는 교구에 아직 주교가 없는 상태다.
극단적 조처는 더 큰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
여전히 중국 정부가 아닌 교황청만을 따르겠다는 지하교회 신자와 사제들은 탄압을 받고 있어 중국 정부가 더욱 전향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홍콩교구 성신연구소(Holy Spirit Study Centre) 선임연구원 안소니 람(Anthony Lam)은 < SCMP >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종교 공동체를 상대로 극단적 조처가 자주 전개되고 있으나, 이는 더 큰 반발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중국이 교황청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중국 교회가 마주한 탄압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람 연구원은 “공조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지만, 그렇다고 풀뿌리 교회들이 괴롭힘을 받거나 탄압받는 모습을 보고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교황청과 중국은 작년 9월 주교 임명에 관한 협정을 맺고 중국 내 지하교회와 국가 공인 교회로 갈라진 현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동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