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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언어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6-22 1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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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 쓰이는 언어에 대해 잠시 돌아보고 싶다. 언어는 삶과 생각에 막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에서 쓰이는 언어는 더 그렇다. 영향이 평생 지속될 수 있다.


우리말 번역 성서를 살펴보자. 하느님과 예수에 대해 극진한 존칭을 붙이고 있다. 하느님의 존엄과 거룩함을 드높이는데 적절하지만, 인간에게 친근한 하느님을 소개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사람들에게 반말투로 말하는 예수의 모습은 어색하다. 


예수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 리 없다. ‘형제 여러분’이라는 단어는 여성 신도를 무안하게 할 수 있다. 언젠가 성서번역이 새로 나올 때, 이런 점들을 고려했으면 참 좋겠다. 


성서나 전례에서 쓰이는 단어 못지 않게 하느님의 백성이 쓰는 단어도 중요하다. 일부 사제들이 평신도에게 반말을 하는 사례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성 신도나 노인 신도에게 무례하게 비칠 수 있다. 


개인적인 사연으로 인해 반말이 더 부드럽게 여겨질 경우도 있겠다. 그런 예외도 있겠지만, 사제의 반말은 어디 가서 자랑할 일은 결코 아니다. 사제의 반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듣기 민망하다. 


남자 평신도의 언어 습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와 노인에게 쓰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남성 우월주의, 남녀차별, 성직자중심주의에 물든 종교 언어가 하나 둘이랴. 한꺼번에 다 고치기는 힘들다 하여도, 우선 고치려는 노력이 아름답게 보인다. 언어에서 인품과 성덕이 배어나온다. 


교회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유, 해방,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강론이나 신심단체에서 듣기 어렵다. 순종, 복종, 순명 이란 단어는 흔히 들린다. 성서와 교리에 비추어 합당한 일인가. 


여성 평신도를 존중하는 언어, 평신도를 존중하는 언어 습관이 그립다. 말투, 자주 쓰는 단어, 존칭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신앙 언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아름다운 언어가 오고 가면 참 좋겠다. 우리에게 그렇게 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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