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합니다!”
-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평화의 인간띠잇기’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및 개인 성명서 -
지난 2000년 대학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이래, 올해로 ‘16회’를 맞이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축제가 열립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드러내며 자긍심을 드높이는 행사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축제입니다.
그러나 보편적이고 평등한 인권의 모습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는 이 축제 앞에서, 종교적 · 사회적 · 문화적 편견과 신념을 앞세워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인근에 차별선동세력들의 집회신고가 잇따라 허용되고 있으며, 이들은 민주적인 절차로 운영되는 축제를 불법적으로 저지하겠다고 공공연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혐오적인 언행과 더불어 예상되는 물리적 폭력으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다수의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광장과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은 동등하게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 가운데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신념에 의해 다른 이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어떤 발언과 행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혐오와 차별이 표현의 자유라고 호도되어서도 안 됩니다.
한때 경전과 전통, 그리고 사회의 순리나 정상성을 들먹이며, 다른 인종을, 여성을, 장애를 혐오하고 차별하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때로는 살인도 서슴지 않던 부끄러운 과거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사회적 소수자인,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모든 발언과 행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온 세상 가득한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지향하는 여러 종교가 가르치는 바에 겸손하게 귀 기울여야 합니다.
성서는 말합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도 나를 먼저 미워했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요한복음 12:17~18) 그런데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선동은 조직적으로 가시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혐오주의자들에게 관용이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디기는 하지만, 이 사회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주시민사회를 지향해 간다면 개개인에게 주어진 존엄성과 평등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는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원불교 대산종사법어 교리편 45장 말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대종사의 일원주의는 전 세계 전 인류를 하나로 만들어 고루 잘 사는 하나의 세계를 이루자는 것이니, 우리 자신부터 사요를 실천하여 조각난 이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차별이 심한 이 세계를 균등의 세계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대종사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모든 이들은 차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만일 동성애자인 누군가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냐”하시며, “가톨릭 교리는 이같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누군가를 심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향한 차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귀천은 그 존재가 아닌 행위에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존재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존재 자체로 부정되거나 이등시민 취급을 받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혐오와 차별도 인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와 동등하고도 각자의 독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합니다. 나아가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평화와 연대의 정신’을 행동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6월 28일에 진행될 ‘퀴어퍼레이드’와 함께 하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진행할 것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평화 행동’에 참여하여,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5년 6월 2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제안하고 지지하며 함께 하는
114개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및 개인 1,197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