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에서 가장 빈약한 부분이 신자교육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소홀한 분야는 아마 성서교육일 것이다. 성당을 수십 년 다녀도 성서교육을 제대로 받은 신자 숫자는 아주 적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염려된다. 그냥 이대로 놓아둘 것인가.
대부분 본당에서 신심단체가 가장 많고, 교리반이 그 다음이고, 성서반은 가장 적다. 교구 차원의 성서반, 지구별 성서반이 있는 곳도 있다. 성서교육을 열심한 본당과 사제들도 있다. 미사 시간에 성서를 가르치는 곳도 있고, 성서 필사를 시키는 곳도 있다.
성서필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성서를 필사하며 느끼는 감동과 정성을 높이 존중하는 사람도 있다. 성서필사를 통해 기쁨을 누리는 신자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성서를 필사시키다니, 그럼 성서를 독학하라는 말인가 하며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성서반을 만들어도 신자들이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가톨릭신자는 영성체하고 미사에 참석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다. 힘든 노동에 지쳐 주일미사 참석도 버거운데 무슨 성서공부 하며 고개를 흔드는 신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성서를 좀 아는 신자는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제가 있을지 모르겠다.
본당에 여러 일이 있을 수 있겠다. 맡은 임무가 많아 사제가 성서공부에 틈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다. 성서를 가르치고 배우기 어려운 이유가 교구마다 본당마다 신자들마다 다양할 수 있겠다. 이유와 의견이 여럿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한국천주교회 성서교육,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서교육의 필요와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곧바로 성서교육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성서교육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리 일이 많고 또 많아도 성서교육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한국교회에 또 있는가.
성서교육에 앞장서는 주교, 사제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성서를 가르쳐달라고 사제들을 졸라대는 신자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성서를 공부하는 사제들의 모임, 수녀들의 모임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우리 사제들과 신자들의 성서 식견은 어느 수준이고 어떤 상태인가. 우리 이래서는 정말 안 된다. 성서공부하기 어려운 핑계를 찾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성서를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