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일 자의교서를 발표하고, 여성도 정식으로 독서자와 시종자(복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했다.
이번에 발표한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에는 지금까지 남성에게만 한정되어 있던 독서직⑴과 시종직(복사)⑵을 여성에게도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여성들은 미사 전례 가운데 복사와 독서자로 봉사하고 있다. 그러나 교황의 자의교서를 통한 이 같은 공식적 변화는 여성이 본당 생활을 이끄는 주역임을 인정하고 성차별적일 수 있는 교회법적 요소를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회법 230조 1항, ‘자격을 갖춘 남자 평신도’ 기준에서 ‘남자’ 빼고 ‘평신도’로
현재 교회법에 따르면 “주교회의 교령으로 정하여진 연령과 자질을 갖춘 남자 평신도”들만이 “고정적으로” 독서자와 시종자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30조 1항). 여성들은 그 다음 조항인 231조가 규정하는 “임시적 위임”(230조 2항)의 형태로만 독서자, 해설자, 선창자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성의 복사직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새 자의교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공동체의 몫인 복음화 역할을 지원하고 이러한 직분의 본질과 현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여성의 존재와 직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노드 교부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직분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과 세례성사 가운데 받은 왕적 사제직에 기반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신학적 발전이 있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이 “성품성사를 통해 수여되는 성품 직분과는 구별된다”고 강조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를 없앤 이 교회법 개정이 여성사제직 등과 같은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교황은 이번 자의교서와 함께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Luis F. Ladaria) 추기경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번 결정의 근간을 자세히 설명했다. 해당 서한에서 교황은 성직과 다른 직무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이지만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각자 맡은 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역사 가운데 교회, 사회, 문화적 상황이 변화하며 가톨릭교회 직분의 행사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도 ‘평신도’(혹은 ‘제정된’) 직분들과 ‘성품을 받은’ 직분의 구분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향을 받은 쇄신의 전망 가운데 오늘날 세례받은 모든 사람들의 공동책임, 특히 평신도의 사명을 재발견해야 하는 일이 더욱 시급해졌다.
교황은, 남성에게만 주어진 독서직과 시종직을 여성에게도 허용하는 방향의 교회법 개정이 베네딕토 16세 때인 2008년 시노드때 부터 구체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면서 “하느님 백성이 공통적으로 지닌 세례자의 존엄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자의교서에 따라 교회법 230조 1항은 “주교회의 교령으로 정하여진 연령과 필수 자격을 갖춘 평신도는 규정된 전례 예식에 따라 고정적으로 독서자와 시종자 직분에 가용될 수 있다”로 변경되면서 ‘남자 평신도’라는 표현에서 ‘남자’가 빠지게 되었다.
평신도에게 이러한 전례 직분이 주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발표된 바오로 6세의 자의교서 「일부 직무」(Ministeria Quaedam)에서 비롯된다. 당시 독서자와 시종자 등은 ‘소품’(minor order)이라고 불리는 품계를 받아야 했고 “전례 행위에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점차 성품을 받도록 준비하는 제도”로 여겨지면서 사제직에 오를 수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졌다.
그러나 이미 1970년대에도 평신도들이 이러한 직분을 수행하고 있었던 만큼 “오늘날의 필요”에 따라 독서직과 복사직의 이름을 소품이 아닌 ‘직무’로 변경(2항)하고 “직무는 평신도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위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직무는 성품 후보자들에게만 유보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3항)고 규정했다.
독서자와 시종자와 마찬가지로 바오로 6세의 자의교서를 통해 평신도가 비정규 성체분배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바오로 6세는 여전히 이러한 직무를 “존중하여야 할 교회 전통에 따라” 남성들에게만 유보해왔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립 안셀모 대학 전례학 교수 도미니크 유르차크(Dominik Jurczak) 사제는 “이러한 변화는 어느 정도 논리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거의 모든 본당에서 여성이 독서를 하고 성체를 분배하는 것을 상향식으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평신도의 위치와 이 직분들의 기능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과 더불어 “참여를 인정하고 격려”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1) 독서직: 말씀의 전례 때 사제를 도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성경을 읽는 봉사자.
(2) 시종직: '복사'라고도 불리며 전례 가운데 제대 위에서 긴밀히 사제를 돕는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