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의 ‘자유’, 뜨거운 논쟁
1999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2000년 사이버 세상으로 진출했다. 당시 중1이었던 딸아이가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어서 운영하기 시작했고, 문학전문 사이트와 ‘안티조선’ 사이트인 <우리 모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등록했고, 그해 8월부터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곧바로 수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대거 내게 동조하며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자연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나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반대자들의 표적이 된 셈이었다. 동지들이 많이 생긴 것과 반비례로 적대적인 사람들도 많이 생긴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같은 천주교 신앙 안에서 정치적·이념적 성향, 즉 가치관의 차이로 적대적인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은 참으로 암울한 일이었다.
그런 뼈아픈 현상을 절절히 체감하면서도 나는 <가톨릭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에 부지런히 글을 올렸다. 추천과 반대가 거의 같은 수로 극명하게 갈리곤 했다. 댓글들도 많이 달렸는데, 내 글을 옹호하는 댓글들은 치밀하고 논리적인 반면 반대하는 댓글들에는 감정적인 언사들이 많이 동원되곤 했다.
내 글 때문에 댓글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나 또한 반대자들과 맞싸우는 글을 수없이 올리곤 했다. 그래서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은 늘 격렬한 싸움판이었다. 참으로 많은 논쟁들이 자유게시판을 뒤덮곤 했다. 그야말로 ‘자유’가 넘치는 자유게시판이었다.
<가톨릭 굿 뉴스>에는 여러 개의 게시판이 있다. ‘우리들의 묵상’ 방도 있고, ‘따뜻한 이야기’ 방도 있고, ‘유머’ 게시판도 있으며, ‘제주도 해군기지’와 ‘국정원 선거개입 관련’ 토론실도 있다. 나는 글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개 게시판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도 자유게시판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곤 했다. 자유게시판의 ‘자유’가 소중하게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2001년 8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3년 동안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들에 2천 개 이상의 글을 올렸다. <오마이뉴스>와 동시 게재인 경우도 많았고, <오마이뉴스>에는 올리지 않은 글들, 이를 테면 일간지 칼럼들과 <대전주보>에 실린 글들도 모두 올려서 <가톨릭 굿 뉴스>에 올린 글들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들보다 훨씬 많은 형국이 됐다.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의 내 글들은 항시 높은 조회 수를 유지했고, ‘찬성’과 ‘반대’도 늘 높은 숫자로 쌍립을 이루곤 했다. 그리고 ‘신고’도 자주 따르곤 했다. 관리자에게 내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재를 요구하는 신고도 많았지만, 그 신고 때문에 내가 어떤 제재를 당한 적은 없었다. 2014년 5월까지는….
5명의 신고로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게시판
나는 <가톨릭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이나 토론실에서 다른 이들의 글도 많이 읽고 ‘찬성’과 ‘반대’도 많이 눌렀지만, 관리자에게 ‘신고’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의 글을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관점이나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제재를 요구하는 행위, 즉 ‘신고’를 한다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는 생각을 고수했다. 상대방의 ‘자유’도 존중하면서 토론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신고’를 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권장해야 할 ‘신고 정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톨릭 굿 뉴스> 관리책임자(신부)가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면적인 지면 개편이 이루어지더니 매우 획기적이면서도 이례적인 게시판 운영 방침이 공지되었다.
어떤 글에 대해서 다섯 명 이상이 신고를 하면 자동적으로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다섯 명이 신고를 하면 그 글은 자동으로 삭제되고, 그 글의 게시자는 7일 동안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시판에 들어와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글을 올릴 수도 없고, 읽은 글에 댓글도 달 수 없고, 찬성이나 반대도 표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 블라인드 처리되어 7일 동안 게시판을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이 블라인드 해제 후 또다시 다섯 명 이상의 신고로 블라인드 처리되면 14일 동안 게시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14일 후 또다시 블라인드 처리되면 28일 동안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블라인드 처리되면 56일 동안 게시판 이용을 못하게 되고….
그러니까 다섯 명이 똘똘 뭉쳐 어느 한 사람의 글에 계속적으로 신고를 해대면 그는 영구적으로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셈이었다.
이런 해괴한 운영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리책임자는 ‘자유게시판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타종교 신자들과 비종교인들도 많이 들어와 보는데, 천주교 신자들끼리 극렬하게 다툼을 벌이는 행위, 분란 상황을 노출한다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기에 그런 현상을 지양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심정이었다. 언뜻 이해되기도 했지만, 그런 의도가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생각이 왕왕 들었다.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이나 토론실에 글을 올리기는 이제 글렀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우선 나부터 수구적인 관습을 가진 이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내 글은 다섯 명 이상의 신고를 피할 수가 없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신고들을 해대어 하루도 못 가 블라인드 처리가 되곤 했다.
7일 동안 게시판을 이용하지 못하다가 글을 올리면 또다시 즉각 블라인드 처리되어 14일 동안 이용이 금지되고, 그 다음에는 28일 동안, 도 그 다음에는 56일 동안 게시판 이용이 금지되니 나는 영구적으로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서 추방된 셈이었다.
진보적 가치관의 자동 퇴출, 적막한 평화
내 아이디로는 도저히 글을 올릴 수가 없어 아내 아이디로도 올려보고, 딸아이 아이디로도 올려보았지만 마찬가지 현상이 빚어지곤 했다.
정치적 성향이나 진보적인 가치관을 표출하는 글들만 블라인드 처리되는 게 아니었다. 100% 순수한 신앙적인 이야기를 올려도 마찬가지 현상이 빚어졌다. 천주교 신자라는 사람들이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어느 한 사람을 지목해놓고, 100% 신앙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는데도 블라인드 처리가 되도록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지난해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 이용을 완전히 포기했다. 13년 동안 이용했던 게시판과 결별을 하고 말았다. 오늘 현재 내 아이디와 딸아이 아이디는 차단이 되어 글을 올릴 수 없고, 찬성과 반대도 누를 수 없다. 아내 아이디로는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내 아이디로 글을 올렸다가 복사를 하고는 단박 삭제를 하곤 한다.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복사를 해야 다른 사이트들에도 수월하게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복사하면 내가 출입하는 다른 사이트나 카페의 게시판에는 사진들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서 복사를 해야 체형이 맞아 무난히 붙여넣기가 되니, 단지 복사만을 위해 아내의 아이디로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나만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게 아니다. 나와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신자들 거의 모두가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서 사라졌다. 그들 중 일부는 <페이스 북>에서 만나곤 하는데,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에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게 암울한 느낌을 갖게 한다.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이 삭막하고도 황량해진 느낌이다.
이제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는 ‘자유’라는 게 없다. 문제 제기라는 것도 없고 토론이라는 것도 없고, 소통이라는 것도 없다. 이상한 ‘평화’만이 존재한다. ‘정의의 열매’인 평화가 아니다. 이지러진 평화, 강제된 평화, 암울한 평화다.
다섯 명의 신고로 자동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거나 자진 삭제로 허옇게 공란이 노출되어 이발 빠진 형국인 것 같은 게시판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의 강제된 평화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실상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대한민국의 오늘의 현상을 표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톨릭 굿 뉴스> 관리책임자는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다. ‘박근혜식 착각’ 말이다.
지요하 : 소설가이며 저서로는 『신화 잠들다』, 『인간의 늪』, 『회색정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