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07차 세계 이민의 날(9월 26일)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담화문의 주제는 “언제나 더 큰 ‘우리’를 향해”로 자기 공동체, 자기 나라라는 좁은 ‘우리’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가 한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민과 이민자들을 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세계 이민의 날 담화들과 달리, 이번 담화문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보건 위기 이후 가장 최악의 반응은 이전보다 더 소비의 열기와 이기주의적인 자기 보존에 빠지는 것이다. 바라옵건데 마침내 ‘남’이 아니라 ‘우리’가 있게 하소서! (「모든 형제들」, 35항)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남자와 여자로, 서로 다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창조하시어 모두 함께 세대가 늘어감에 따라 계속해서 커져가는 ‘우리’를 이루도록 하셨다”면서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개인이 아니라 한 민족에게, 즉 인류 전체이자 모든 민족을 포함하는 ‘우리’에게 화해의 여정을 내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구원의 역사에는 처음에도 ‘우리’요, 끝에도 ‘우리’가 있다면서 “그 가운데 ‘모두 하나가 되게’(요한 17, 21) 하시고자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가 있다. 하지만 지금 하느님께서 바라시던 그 ‘우리’가 부서지고, 갈라져, 상처 입고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민족주의와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세상과 교회 안에서 ‘우리’를 산산히 부수거나 갈라놓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장 비싼 값을 치루는 것은 가장 쉽게 ‘남’이 되어버리는 존재, 즉 존재의 변방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이민자, 소외 받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황은 지난해 3월 텅 빈 성 베드로 광장 앞에서 강복을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난민, 이민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갈라놓는 벽이 없도록, 더 이상 남이 아니라 하나의 ‘우리’가 있도록 노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공동체를 배제적인 방식이 아닌 포용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보편성(catholicity)은, 시대마다 받아들이고 체험해야 할 현실”이라며 “성령께서는 우리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게 해주시어 우리는 다양성 가운데서, 인격을 박탈하는 획일성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다양성 안에 조화를 꾀하여 일치를 이루게 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이민자, 난민들과의 만남과 거기서 비롯될 수 있는 문화간 대화에서 우리에게는 교회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디에 있든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은 지역 교회 공동체의 온전한 일원이요, 한 교회의 일원이며, 한 집의 거주자이자 한 가정의 일원이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서부터 각자 교회가 더욱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노력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임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서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우리들의 정의와 평화의 미래를 이룩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우리 사회의 미래는 ‘형형색색의’ 미래, 즉 다양성과 문화간 관계로 가득한 미래”라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조화로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를 갈라놓는 벽을 무너트리고,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내밀한 상호관계를 깨달아 만남의 문화를 우선하는 다리를 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황은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이민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공포를 이겨내고 각자의 재능의 다양성으로 인해 인류가 풍성해지는 기회가 된다”며 “우리는 경계선을 특별한 만남의 장소로 삼아 이곳에서 점점 커져가는 ‘우리’라는 기적이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교황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잘 활용하여 그분의 피조물을 보존하고 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를” 청했다.
교황은 “우리 공동의 집이 올바르게 관리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재화가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굳게 믿으며 항상 더 큰 ‘우리’를 이루어야 한다”며 “(지구는) 공동의 보물이며 어느 누구도 이를 돌볼 의무와 혜택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는 원주민과 외국인, 머무는 사람과 주인을 차별하지 않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함께 꿈을 꾸어야 한다. 한 인류로서, 길동무로서, 우리 공도의 집인 이 한 땅의 형제자매로서 꿈꾸기를 두려워말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