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세대 간 소통을 통해 미래를 모색하고, 인간이 존엄하게 되는 교육과 노동이 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 : 지속가능한 평화를 세우는 도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먼저 “전인적 인간 발전이라는 평화의 여정이 이제 서로 완전히 연결되어 살아가는 인류 전체와 여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아의 비극은 심각해져가고 연대하는 나눔보다는 개인주의에 기반한 경제 모델이 지배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예언자들의 시대처럼 오늘날 역시 정의와 평화를 간청하는 가난한 이들과 대지의 울부짖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고 지적했다.
평화란 “하늘의 선물이자 함께 참여하는 행위의 결실”이라며 사회 제도의 변화와 각자의 개인적 참여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짓기 위한 세 가지 방법”으로 '세대 간 대화, 교육, 그리고 노동'을 꼽았다.
세대 간 대화, “공동의 계획을 실현하는 기반”
먼저 세대 간 대화가 “공동의 계획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팬데믹, 세계 분쟁, 기후변화 등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거나 이에 폭력을 사용하여 맞서기보다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만나 미래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진지한 대화에는 언제나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근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교황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모든 분야의 위기가 “분명히 괴로운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가장 좋은 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팬데믹 동안 우리는 전 세계에서 공감, 나눔, 연대의 너그러운 증언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세대 간 대화가 “분쟁과 배제라는 척박한 땅을 일구어 지속가능한, 함께 하는 평화의 씨앗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대한 사회적 과제와 평화에 이르는 절차에는 기억의 수호자라 할 수 있는 장년층과 역사를 진전시켜 나가는 젊은이들 사이의 대화가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각자가 서로에게 자리를 내주고, 마치 과거도 미래도 없다는 듯이 즉각적인 이윤을 추구하며 무대를 장악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를 배제한 채로 모든 것을 주도하려는 이기심을 내려놓으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대화할 때, “우리는 현재에 뿌리를 내리게 되어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다”며 “과거를 오가는 것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때로 우리를 규정하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요, 미래를 오가는 것은 열정을 키워, 온갖 꿈들이 자라나게 하며, 예언을 일으키고, 희망을 꽃 피우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자유, 책임, 전인적 발전의 요인… ‘돌봄의 문화’가 중점이 되는 교육 이루어져야”
교황은 이러한 대화를 위해서 “세대 간 대화의 문법이 되어주는 교육”과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협력하고 공동선을 위해 지식, 경험, 능력을 공유하는 노동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는 두 번째 방법인 교육이 모든 인간의 “자유, 책임, 전인적 발전의 요인”임에도 “교육 예산이 투자가 아닌 지출로 여겨지며 전 세계에서 현저히 감소했다. 반면 군비 지출은 ‘냉전’ 종전 때의 수준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돌봄의 문화”가 중점이 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돌봄의 문화는 벽을 무너트리고 다리를 세우는 공동의 언어가 될 수 있다며 “그렇기에 ‘교육 글로벌 콤팩트’를 통해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 “더욱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법을 배우는 장소”
세 번째로 교황은 “인간 존엄의 온전한 실현”에 필요한 노동을 두고 “노동은 자기 자신과 자기 재능을 표현하는 일이자,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또는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다”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노동은 우리가 더욱 살만한 세상,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법을 배우는 장소”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진 가운데, 특히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된 비공식 경제에 미치는 위기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노동은 모든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가 세워지는 기반”이라며 “우리는 지혜와 힘을 모아 일할 수 있는 연령이 된 모든 사람이 자기 노동을 통해 가정과 사회 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