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를 30여일 앞두고 종교계에서 정치에 무속을 끌어들이는 행태를 우려하면서 비판하는 성명문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YMCA전국연맹은 3일 “무속 비선 정치가 주권재민의 공론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촛불시민혁명’ 이후 시민민주주의를 향해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답지 않게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며, 민주화된 시민사회에 정치적 좌절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는 공론의 장으로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추구되는 시공”이며,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무속이 지닌 운명론적 세계관을 통해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무속정치의 논란에는 정치의 공공성 훼손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 드러난 무속 비선 정치의 개입에 대한 강한 우려는,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일으킨 지난 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이에 저항한 촛불 시민의 민주적 혁명을 연상하게 한다”고 밝혔다.
또한 주술적 판단에 의존해 민주정치의 길을 왜곡하는 반시대적 행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적 방식으로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라는 공론장에 무속의 운명론적 세계관에 깃댄 타율적 비선 정치의 길을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 486인도 “주술에 국민과 국가의 내일을 맡길 수는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러시아 라스푸틴, 오컬트에 심취한 히틀러와 그 하수인 하인리히 힘러, 사이비 교주 최태민의 딸 최순실을 언급하면서 “주술에 의지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대통령의 직을 맡긴다는 것은 이와 같은 불행을 뒤풀이하자는 말과 다름없다는 점을 밝히며 이를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술에 의지하는 후보에게 국민과 국가 운명을 책임질 대통령직을 맡기는 것은 기독교 신앙에 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선이 주술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침묵하는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교회는 국가의 양심, 국가의 인도자이자 비판자가 돼야 하지 국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교회가 침묵하는 것은 “‘국가의 양심’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기독교 신앙에 반하는 거대한 정치적 흐름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돈 한신대 교수, 이정배 감신대 전 교수 등 신학자 28인은 정치가와 종교인들이 주술에 휘둘리는 행태를 직면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지난 1월 30일 밝혔다.
“오늘날 세계의 어느 문명국가에서 정치가들이 주술에 의지하여 국사를 논하고 있는가”라며, “정치란 합리적 이성과 역사의식 그리고 투명한 의사소통과 합의의 문화에 의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의 정치 구조는 왕정(王政)도 신정(神政)도 아니고 민주주의”라며,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공론의 장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며 판단하는 맑은 정신의 힘, 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주술에 예속된 채로 대선에 나가 국정을 논하고 이끌겠다고 하는 이가 있으니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면서, 국정이 그 점술에 의해 농단 당할 때 올 수 있는 끔찍한 혼란과 위험한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교회와 종교지도자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묵과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지와 연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성경을 헛 읽었고, 기독교신앙을 크게 오해했으며, 기독교신앙을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권력을 지향하고 있으며, 실상은 반기독교적인 세력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성적 정치 영역’에서 정치적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교장로회통합 목회자·평신도연대는 지난 1월 25일 “무속에 의존하는 국가지도자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야권 유력 후보 선거대책기구에서 소위 법사라는 이가 활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무속을 가까이 하는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각 언론사에서 보도했지만 일부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신년 하례회에 문제가 된 후보를 초청해 인사를 시키는 등 의도적인 정치편향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 기독교 신앙은 물론, 사회 일반의 건전한 상식과 21세기 현대 과학문명에도 역행하여 무속에 의존하는 정치를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여론도 '국가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무당과 무속에 의존하는 국가결정권자가 있다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논평하지만 많은 메이저 언론들은 침묵하고 기독교 연합기관들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건전한 상식을 벗어나 무속과 주술에 기댄 반문명적 정치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경고와 저지가 시급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차세대 지도자라면 합리적인 이성과 건전한 종교심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