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3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이탈리아 종교보건사회기관협회(ARIS) 구성원들과 만나 “빈곤의 변방”을 지키는 것이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보건기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에는 병자이며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자기 삶을 바치기까지 하며 자신을 완전히 투신할 정도로 그를 섬길 줄 알았던 증인이 많았다”며 “그래서 우리도 적극적인 참여와 예언자적 정신으로 현재를 살아가라는 부르심을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자가 중심에 있지 않고, 병자의 존엄이 고려되지 않으면, 타인의 불행을 이용하는 태도가 생겨난다. 우리는 (이런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교황은 보편적 성격을 갖는 보건의료 제도의 핵심은 누구든지 필요로 하는 이들이 찾아왔을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기관이 “빈곤의 변방”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의 상황처럼 보편주의적 소명을 가졌기에 모든 이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국가 보건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보건단체의 과업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 볼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가톨릭교회 보건의 근간이 되는 은사를 되찾아 이 새로운 역사적 상황에 적용하고,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다양한 이유로 인해 기존 구조를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소명은 빈곤의 변방에 머무는 것임을 기억하고 식별의 여정을 거쳐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의 소명은 바로 ‘빈곤의 변방’을 지키는 것이다. 보편교회로서 우리는 무엇보다 가장 가난한 이들, 소외 받는 이들과 경제적, 문화적 이유로 인해 필요가 해소되지 못하는 이들의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들이다.”
교황은 보편 의료제도, 사회보장 제도 등의 후퇴를 “보건 빈곤”이라 일컫고 이런 현상이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규모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더욱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지역에서 특히 도드라진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비용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환자부담금을 내는 것조차 문제가 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응급하고 필수적인 이유로 내원한 경우조차 매우 긴 줄로 인해 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만성 질환 치료에 비해 질병의 심각한 단계를 치료하는 일을 우선시하면서, 중간 처치의 필요성 역시 계속해서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병원에게) 노인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존중하지 않는 방향을 조장할 위험이 생겨난다. 노인은 필시 약을 먹어야 하는데, 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혹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약을 받지 못하면 이것은 은밀하게 나아가는 안락사와 같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보건이라면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으면서도 가장 치료받지 못하는 지역을 우선함으로써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치료권을 옹호할 의무가 있다”며 “모든 병자는 본래 유약하고, 가난하며,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시대에, 여러 용감한 은사와 함께 탄생한 이 수많은 수도회를 생각하며 자문해보자. 이 수도회들의 설립자들은 과연 지금이라면 무엇을 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종교가 운영하는 병원은 무엇보다 보건 경제와 어떤 현대적 문화에 의해 버림받는 이들을 돌보는 일을 사명으로 한다. 이는 아무도 돌봐주려고 하지 않았던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원 그 자체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수많은 보건기관의 예언이다.”
교황은 “종교 보건기관이 모든 경쟁심을 내려놓고, 능력과 재원을 연계하여, 이를테면 현실의 작은 문제들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제도를 만듦으로써, 서로 한데 모여 관계를 맺는 용기를 낼 때만 여러분은 현실에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이 외면받지 않으려고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오로지 수익성만을 고집하는 일부 병원들을 질책하고 동시에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환자들을 전인적으로 돌보며 이들과 동행해줄 것을 당부한했다. 교황은 “이 전인적 돌봄이란 환자는 물론 환자의 가족과 보건 종사자들의 영적, 종교적 동행을 괄시하지 않는 돌봄이다.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보건기관은 이 점에서 모범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는 단지 성사에 관한 사목을 베풀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에게 온전한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그 누구도 자기 혼자 병에 맞서고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