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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권력의 세습을 막아야: 언론개혁의 기본 방향
  • 이원영
  • 등록 2023-06-09 16: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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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국회에서 강민정, 김의겸, 최강욱 세 의원 주최로 열린 조선일보처벌입법의 필요성과 방안 토론회. 왼쪽부터 안진걸, 신옥주, 정철승, 양희삼, 박인식, 전수미, 우희종.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지난 3월 1일 ‘조선일보처벌33인회’가 결성됐다. 지난해 여름 국회토론회에서 ‘민족반역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이슈 아래 ‘조선일보 처벌의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고, 처벌 추진을 위한 모임이 결성됐다. 처벌의 방안으로 친일재산환수법, 신문법, 정부 광고, 세 가지 관련 법률의 조항을 고치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내용에 대해 300명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공개적으로 묻는 일을 진행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 행진을 위한 ‘언론개혁시민행진단’을 조직하게 됐다. 

    

해당 설문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의원님은 조선일보 처벌 입법에 찬동하십니까?

1. 찬동하지 않는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찬동하신다면 어떤 처벌이 적절한가요? (복수답변가능)

1) 2005년에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에 의거해서, 사주 방응모가 후손들에게 상속 또는 유증/증여했던 조선일보 주식을 국가에 귀속시킨다.

2) 현행 신문법에 열거된 등록취소사유에 민족반역행위를 추가한다.

3) 민족반역범죄를 저지른 민간기업인 언론사에게는 정부나 공기업의 예산을 집행하여 지불하는 공적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다.


그리하여 3월 1일부터 4월 19일까지 45군데의 서울 지역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약 120km를 걸어서 방문해 설문지를 전달했다. 이후 서해안권도 65군데를 걸어서 방문하기로 했다.


▲ 서울권의 45군데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여 설문지를 전달하였다.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조선일보처벌 33인’이 결성된 까닭

 

이때의 상황을 <광명시민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조선일보 처벌 33인회’는 14일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언론개혁 시민행진단과 함께 조선일보 처벌 입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원영 전 수원대 교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민족반역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문명국가의 상식입니다. 백년전 민족을 수렁에 빠뜨렸고, 오늘날에도 거짓과 범죄를 일삼는 민족반역죄 조선일보를 이제 처단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4월19일부터 6월10일까지는 서울을 출발하여 목포까지 약 600km에 걸친 서해안권을 주로 도보로 행진하면서 65개소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여 설문지를 전달하기로 하였다.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33인은 4월 19일 서울을 출발하여 목포를 향하여 행진을 시작했다. 33인 중 시간나는 이들이 교대로 걸으면서 하루 평균 15km를 걸었고, 수도권을 지나 천안을 거쳐 서쪽으로 행진했다. 필자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민족반역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을 보십시오. 80년전 나치에 부역했던 작은 범죄를 지금 이 순간에도 색출해서 처벌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룰입니다. 특히 드골대통령은 언론인에게 더욱 가혹하게 수백명을 한꺼번에 처형했습니다. 우리도 이젠 처벌해야 합니다. 주민 여러분이 국회의원에게 그 처벌을 입법하도록 요구하시면 됩니다!”


각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는 동안 많은 주민들이 환대하였다. 가령 예산을 지나갈 무렵에는 대형트럭을 몰고 있는 운전사 한 분이 일부러 차를 돌려 오더니 응원하더니 현금 2만 원을 줬다. 그러고는 조금 후에 점심까지 대접했다. 때로는 편의점에서 쉬고 있는데 마스크 쓴 동네 주민분이 수고하신다면서 음료수를 잔뜩 건네주기도 했다.

 

▲ 충남 예산 부근에서 만난 트럭기사가 격려의 현금을 주면서, 행진단 일행에게 점심식사까지 대접하였다.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 서천을 지나면서 월남 이상재선생의 생가에도 방문한다.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 동학농민혁명 전봉준 장군의 고택에 도착해서 ⓒ 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


충남 서천을 지나면서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에도 방문했다. 월남선생은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하기 전에 잠깐 대표로 지내셨는데(1925~1927), 이때가 그나마 조선일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였다. 금광사업으로 돈을 번 방씨가 1933년 조선일보를 인수하면서 조선일보는 일제에 충성을 맹세하고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민족반역죄를 저질러온 것이다. 

   

광주에 도착해서는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김성재 명예교수를 초청하여 유서 깊은 전일빌딩245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김성재 교수의 강연: “검찰과 언론의 위험한 협업”

 

▲ 조선일보처벌33인회와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주최로 5월31일(수)에 광주 전일빌딩245에서 김성재 조선대 명예교수가 검찰과 언론의 위험한 협업을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이날 김성재 교수는 “검찰과 언론(매체)은 둘 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상징 권력이다. 검찰은 국가가 부여한 권력이고, 언론은 자본이 부여하는 권력이며, 주로 문자를 이용한 말의 행위(언론)로 권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제도”라며 “현 정권에 들어와 정적(政敵)의 약점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게 마련된 법적 장치로서 검찰은 보수적 언론매체와 견고한 협업 체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극한적 양극화로 국민은 민란 수준의 분노를 폭발시킴으로써 현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며, 새로운 검찰·언론체계의 올바른 관계를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바른 관계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검찰에 대해서는 여러 법학자가 대안을 제시해 놓은 바 있다. 가령 미국처럼 지역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 그리고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청을 두어 변호사를 임기제로 채용하는 방안 등이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권력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조선일보는 민족반역범죄자이니 가중처벌 받겠지만 자본권력에 의해 세워진 보수언론매체를 근복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번 행진에 자주 참여한 시민 중 한 사람인 채도진씨가 중요한 제안을 했다. 그는 조선일보 보급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과거의 조선일보 전단과 경품에 얽힌 비리를 몸소 겪으면서 생활해왔다. 조선일보와 언론의 문제를 오랫동안 체험하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관점을 걸으면서 피력한다.

 

언론기관은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권에 관련된 일을 다루는 공적기능을 가지므로, 모든 언론기관은 공익법인화 해서 상속을 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조선일보의 권력화 문제도 견제할 수 있다.


이치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그는 “지금 사학재단도 공적 기능을 하고 있고,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으므로 경영권이 직계가족에게는 세습되지 않고 이사회형태로 운영된다. 언론도 민간기업이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공적 기능이 워낙 크고 정부광고 등 보조를 받고 있으므로 마땅히 경영권 세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몽골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미드 마르코폴로를 보신 이들은 쿠빌라이가 친손자를 얻는 일에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장면에 인상 깊었을 것이다. 권력이란 집단이 의사결정을 위임해야 성립하는 존재인데, 앞일이 불분명하면 집단도 판단을 유보한다. 예측이 가능해야 권력이 힘을 얻는 것이다. 왕세자가 있어야 왕이 비로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 이 원리가 시장에서는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세하고 있다. 기업이란 이름의 경제주체가 권력자로서 행세하는 메카니즘이다.


언론은 ‘권력’, 헌법정신에 입각해 권력 세습 방지해야


헌법도 언론의 자유와 함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 책임 없는 자유란 없다는 점, '자유'의 무게의 엄중성을 확인하는 조항인 셈이다.


우리는 87년 민주혁명 이후 언론권력이 견제 없는 무풍지대를 달리며 커졌다. 언론권력이 강한 이유는 매일 새 정보를, 새 의사결정 근거이자 권력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팩트를 입맛대로 각색해도 책임을 묻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각색할 수 있는 권력이다. 허가 받지 않고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무한히 행사하는 존재다.


권력은 집단이 의사결정을 위임함으로써 생성된다. 집단구성원이 의사결정하는 데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언론은 모든 권력의 ‘항해의 방향’을 좌우하는 ‘키’와 같은 존재다. 헌법상의 모든 국가권력은 선출에 의해 권력이 부여된 후 권력기관간 견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언론권력은 선출되지도 않았고 견제도 없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적이 없는 이상한 존재가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권력의 세습을 막는 것은 언론부패를 견제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방씨일가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이래 지금까지 90년의 세월 동안 세습을 해가면서 대대로 권력을 누린 것을 이제는 회수해야 한다.


광주 촛불집회에서의 발언과 목포도착후 기자회견 


필자를 위시한 행진단은 6월 3일 광주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발언하였다. 당시 발언내용이 유튜브로 제작되었기에 소개한다.(영상 보기)


목포에 도착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 내용이 <시민일보>에 다음과 같이 보도됐다.

       

조선일보처벌 입법 촉구 전국토 도보행진단이 5일 목포 유달산 등구에 건립된 3.1 독립운동탑에서 도착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목포도착 기자회견을 통해"민족반역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조선일보를 처벌하는 입법을 촉구한다"고 준비한 회견문을 밝혔다.


(중략) 이원영 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은 "지난 3.1일부터 오늘까지 전국도보행진을 통해 모두 110명의 국회의원에게 조선일보 처벌 촉구 공개 설문조사지를 전달했다"면서"목포에 도착하는 6.5일까지 공개설문조사지를 전달하고 회수설문지를 토대로 조선일보 처벌 입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종목적지 목포 유달산 3.1독립운동탑앞에서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민형배 의원의 최초 설문 답신


마침 순례 마지막날인 6월 5일, 최초의 설문답신이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로부터 왔다.

   

민 의원은 예시로 들은 법안 개정내용중 신문법의 개정을 통해 등록취소를 하여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메모한 처벌 이유에도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보도태도와 윤석열 정부의 친일사대외교에 대한 찬양 일변도의 보도행태에 분노하며, 이제라도 단호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써놨다. 


▲ 민형배 의원이 답한 조선일보 반민족행위 처벌 입법에 관한 국회의원 의식 설문지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 민형배 의원이 답한 조선일보 반민족행위 처벌 입법에 관한 국회의원 의식 설문지 ⓒ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이로써 약 두 달에 걸쳐 600km가 넘는 장정이 무사히 끝났다. 그동안 33인을 위시하여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히 감사드린다.


참고로 조선일보처벌33인회는 다음과 같다.


<일반시민>김민양(수원촛불시민) 김숙희(서울시민) 김영숙(수원촛불시민) 김옥희(안동시민) 임남희(재불동포) 진영수(수원촛불시민) <종교인> 곽노진(정토회 불자) 양희삼(목사, 민주시민기독연대 대표) 이승봉(목사, 광명시민신문(전)발행인)) 최선기(불교음악인) 허정(스님, 조계종(전)불학연구원장) <지식인/전문가> 박오복(순천대 명예교수) 성원기(강원대 명예교수) 이성로(안동대 교수) 정철승(변호사, 한국입법학회장) ㅇㅇㅇ(ㅇㅇ대 교수) <시민사회인사> 강경숙(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공동대표) 서민태(울산환경운동연합 이사장)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장) 은우근(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 조남숙(사법정의국민연대 대표) 조희아(부천청년희망사업단 대표) 황광석(대륙학교 교감) <언론관련인사> 김미경(한겨레 온 편집위원) 우희종(언론소비자주권행동공동대표) 서준수(언론소비자주권행동 회원) 이원영(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 홍선희((전)코리아타임즈기자) <단체>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시민인권위원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수도권본부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촛불행동


국토미래연구소장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 오마이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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