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 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을 두고 의사협회와 정부가 갈등을 겪는 가운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17일 의료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이미 4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료 공백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수가 적지 않다”며 “적절한 진료와 치료 시기를 놓쳐 병세가 악화한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업계 종사자와 관련 직군 종사자의 근무 환경과 생계에도 심각한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 단체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상대를 비판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를 키우기만 할 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집단 휴진’이 실시되고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비롯한 기본권이 더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면, 이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닌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의 책임이고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격한 대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말할 때 명확하고 숨김없는 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모든 형제들」, 226항)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와 의사 단체를 향해 “이제라도 이 가장 단순한 진실과 초심으로 돌아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17일부터 서울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으며, 다른 대학병원들도 무기한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동네 병의원들까지 참여하는 전국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진행했다.
이에 정부는 18일 오전 9시에 전국 개원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병원에서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변경해서 환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