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가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정부와 의사 단체가 초심으로 돌아가, ‘인간의 근본 가치인 생명과 건강에 봉사하는 일’(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새 의료인 헌장』, 1항)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결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의료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면서, 의료 인력이 특정 지역과 분야에 집중되는 불균형, 의료 기관 간 과도한 경쟁,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 배경에는 저수가 정책이 있으며, 저수가 정책으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왜곡된 진료형태가 발생하며 이는 의료 인력 배출과 분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하여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현장 의료인의 전문적인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의료 수가의 조정 없이 단순히 정원 확대만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언론을 향해서는 의료계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언론들이 “표면적이고 갈등 중심적인 보도로 의사 단체와 정부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킴으로써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이 갈등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는 바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대형 병원의 의료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었고, 남은 의료진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문제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으나, 의사들도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축소된 의대 정원에 대해 증원할 수밖에 없음을 애써 외면하며 반발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 각 주체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대 의견만을 내세우기보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고 우리 의료 시스템을 건전하게 지켜나가기 위하여 대화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발족했으며,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