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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요?
  • 김혜선 런던 통신원
  • 등록 2015-08-04 11:25:52
  • 수정 2017-05-30 18: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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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매스컴에 의존한 국가소식을 멀리 접하지만 국가는 상식선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지도자는 항상 보편적인 자질을 갖추어야 되는 기본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영국 한인 신문 칼럼에 실렸던 어느 목사의 부끄러웠던 세월호 서명 외면 사건과 국가를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한 양심성찰의 칼럼을 통해, 지성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국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몇 달 전 런던 트라팔가 스퀘어에서 한국 청년 몇 분이 서명운동을 하는 것을 봤다. 멀리서 보았지만 서명 운동하는 테이블 아래로 큼직하게 '세월호 인양을 위한 서명운동'이라고 쓴 것을 보았다. 마땅히 동포로서 몇 마디라도 나누어야겠지만 이 먼 타국에 와서까지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 한국 사람으로서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에 그저 멀찍이서만 보고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세월호 사건이 1년 여 지나고 있었고 사건 당시 온 국민이 안타까워했으며 대통령도 사활을 걸고 실종자들과 유족들을 위할 것이라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합리적인 상황에서 처리 됐을 것이니 이렇게까지 남의 나라에서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인터넷을 통하여 들려오는 소식은 정반대의 이야기들이었다. 어느새 세월호 유족들은 사회의 좌파가 되어 몰염치한 사람이 되었고 그들에 관한 보상의 문제를 제3자들이 가늠하고 판단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290명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그 사건 이후 상황들을 보면 그 문제를 다루는 사회의 부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면 그 시신을 찾기 위한 인양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제아무리 돈이 든다고 해도 국가는 위기상황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립되어야 한다. 국가와 국가의 녹을 받는 분들이라면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그 기본적인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런던에서 서명 운동하던 그들을 외면한 나 자신이 더더욱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1996년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이 있었다.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진 사고였다. 이 사건은 당시 불법건축물과 관리감독 소홀, 행정공무원들의 유착관계가 일으킨 대형 인재였다. 숨진 아이 부모 가운데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가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국가와 당시의 공무원들에게 환멸을 느껴, 더는 한국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해 훈장과 금메달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버렸다.


그 사건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필자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모질게 이민을 선택한 그녀와 그 남편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1년 참사현장 옆에 또다시 불법시설물로 야영장을 조성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당시 사건의 건물주였다는 것과 여기에 화성군청이 유착관계가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그녀와 그 남편의 심정이 이해됐다.


씨랜드 사건은 누구나 잘 아는 것처럼 불법건축, 불량 화재경보와 소화기로 인해 일어난 인재였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 같은 사람에 의하여 또다시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국가가 방관하거나 도와주었다면 그것은 상식이 아니다.


대한민국 장군으로 퇴역한 후 그 아들도 아버지 뒤를 이어 육사를 졸업하고 군인이 되어 GOP에 근무하던 중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으로 있었다. 당시 퇴역 장군이었던 아버지가 국가와 군대를 상대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해명하기 위하여 수십 년을 싸웠다.


부자가 목숨을 걸고 근무했던 군대는 그 아버지를 국가의 불순한 세력으로 몰았다. 만약 그 퇴역장군의 아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 아버지는 존경받는 퇴역군인으로 후한 대접을 받으며 살았을 것이고, 아버지 또한 국가를 상대로 재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하여 모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걸었던 HID대원들과 비둘기 요원들도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국가로부터 어떠한 혜택과 명예도 받지 못했던 현실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실제라면 이는 분명히 상식은 아닐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국가에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애국심을 가질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국가를 위해 희생을 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민은 국가에 충성심을 가질 수 없으며, 그것은 그들이 좌파가 아니라 국가에 분노하는 것이다.


조국에는 상식적인 지도자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민심을 천심으로 믿고 그들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할 줄 아는 지도자, 정당과 기득권자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상식선에서 지켜져야 할 책임에 목숨과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들 자녀 가운데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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