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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 : 의로운 자의 죽음 (김창규)
  • 김창규
  • 등록 2015-08-31 10:38:44
  • 수정 2015-09-22 1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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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자의 죽음



서울역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남산아래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국방의 의무를 튼튼하게 하였고

자신의 삶을 꽃의 향기로 바꾼 사나이

그가 자신의 온몸에 장미꽃을 피웠다


불법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퇴진

양심의 고백보다 더한 자신의 몸을

푸른 하늘에 바쳤다

역사는 기록하리라 살고 죽는 것은

내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당신의 뜻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가 떠나던 날은

세상의 친구들도 이웃들도 까맣게 몰랐다

두렵고 떨리기만 했다

사나이의 행동은 정의로웠고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은 결국 신의 의지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하늘은

어머니와 함께 저녁밥을 먹던 고향집이었다

된장찌개와 푸른 고추가 놓이고

생선 한토막이 전부였던 밥상 앞에서

인자한 웃음의 얼굴을 본 것이 끝

뜨거운 눈물이 목구멍을 통과하였다


사람들은 나를 열사라고 불렀다

내가 누운 곳은 무등산이 보이는

망월동 민주묘역이었다

사람들이 내 머리에 국화꽃을 얹었다

나는 그렇게 죽어 천국이라고 하는 곳에

그곳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치며 환영을 나왔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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