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핀 나팔꽃
그의 이름을 몰라도
나팔꽃의 이름은 안다
감옥안의 단식 투쟁동안 참 많은 생각
사귀던 여학생의 얼굴이 떠올랐고
어머니가 용돈을 쥐어주던 그 곱던 손과
아버지가 등을 두드려주던 아침
햇살이 두둥실 미소를 짓던 날
지상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창살 밖의 하늘은 여전히 불안하고
탱크와 장갑차 공수부대
그 앞에서도 소리를 지르고 맞섰던
마지막 저항 순결한 아침을 맞이하였던
시민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월의 시민들이 총을 들었던
그날은 해방의 세상이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영혼의 맑은 눈 속에 그분이 보였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이었다
내 이마에 손을 얹고
축복하듯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이 내가 지상에서 마지막 본 환상이었다
감옥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을 만났기 때문이었고 그분은 내게
영원한 생명의 빛나는 오월의 화관을 씌워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살게 하셨다
내가 마지막 보았던 무등산
그 하늘아래 피었던 나팔꽃이 피는 아침
우주에 살아계신 그 분께서 나를 맞이하셨다
수십 발의 총탄을 맞고 죽은 청년이 그분의 왼쪽
거기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