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바티칸에 가 있는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이 천주교 인천교구 신부들한테 보내는 ‘호소문’(탄원서)을 가톨릭프레스에 보내왔다.
가톨릭프레스는 이 장문의 호소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몇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홍 지부장의 호소문 – 4
<자료 5> 노조 간부 영정사진, 구사대 조직표(대외비), 경호경비업체 계약
2009년 병원의 단체협약해지에 맞서 노조는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고 투쟁합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중간관리자들을 구사대로 내세우고 전투경찰 공권력과 용역경비업체 보안요원들을 앞세워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무력으로 제압합니다. 그 과정에서 병원은 조합원들의 병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얼굴 식별용 사진으로 구사대, 보안요원들에게 당시 전 조합원 41명의 얼굴사진을 A4용지 앞뒷면에 컬러로 복사해서 나눠주었습니다.
그 중 중간관리자 한 사람이 그 사진에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낙서를 한 것이 노조에 전달되었습니다. 자료에 보이는 것처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과 “Kill!”이라는 섬뜩한 표현이 난무하고 심지어 지부장과 몇몇 간부 사진에는 영정사진에 쓰이는 근조 띠를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당시 구사대로 나선 관리자들의 적대적 심리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한솥밥을 먹으며 격 없이 지내던 직원들 사이를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까.
대외비라고 적힌 배치도는 중간관리자들을 노조탄압의 기수로 만든 자료입니다. 조별로 각 위치를 선정해 주고 노조 조합원들의 병원출입을 통제하고 무력으로 진압하는 역할을 지시 한 자료입니다.
외부 경호경비업체 계약 체결을 위한 문서도 있습니다. 병원은 2008년 영양과 비정규직을 계약해지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배선원들과 이를 지원하는 노조 간부들에 대해 물리적 행사를 하기 위해 이들 경호업체 직원을 임시 고용했습니다. 이는 서민들 주택철거 현장이나 노조활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소위 ‘용역깡패’라 불리는 경호업체 직원들을 기업들이 돈으로 사는 방법인데 병원은 수시로 이들을 불러 노조활동을 진압했습니다.
<자료 6> 업무일지 메모
영정사진을 만든 중간관리자의 업무일지가 노조에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병원차원에서 중간관리자들에게 노조를 어떻게 인식시키고 어떤 역할을 주문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노조간부들 혜택×, 용서×, 거지근성, 마음을 단단히 지루한 싸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주변상가 전략적 이용, 공산당 게릴라 전법, 전쟁, 전투, 노조항의방문....
<자료 7> 조합원 탈퇴 현황 관리표
조합원 탈퇴역시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조직적으로 관리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병원 인사노무팀의 문건을 보면 탈퇴날짜, 탈퇴방법, 남은 조합원 수 등을 별도로 만들어놓고 매월 체크 한 것이 확인됩니다. 특히 ‘탈퇴방법’ 확인란에는 노조협조전, 내용증명, 탈퇴서(병원)등 병원이 탈퇴를 압박한 대상자들에 대해 구체적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드러납니다. 인천교구가 병원 경영을 시작 할 당시 213명이던 조합원이 불과 2년 사이에 57명으로 줄어든 사실을 병원과 인천교구는 무엇으로 설명 할 수 있습니까.
<자료 8> 의사 편지
2012년 1월. 전 직원이 병원 공지사항 등을 공유하는 전산망 아웃룩에 어느 의사의 공개편지가 올라왔습니다.
“......많은 교수님들께서 경제논리에 따른 수입구조로 인하여 의욕을 상실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한 사람의 논리에 집중되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볼 낯이 없게 되었습니다.....무엇이든 Yes!라면 통하는 병원의 앞날에 한숨이 나오게 됩니다. 과연 이런 조직이 미래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회의가 드는군요......우리가 언제부터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고 믿지 못하는 직장 분위기로 되었을까요? 이간질과 배신이 난무하고 바로 앞에 있는 이득만을 최고로 생각하며, 아니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왜 안 될까요?.......제가 사랑하는 인천성모병원에서 교수로서, 의사로서 직원으로서 버림받은 느낌으로 살면서 마치 배척당해야 하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이 교수님은 이 일 있기 바로 얼마 전 대학 부학장으로 임명 받으면서 서울성모병원으로의 이동에 대한 제안도 받았으나 인천성모병원을 사랑하기에 고사했다는 얘기로 편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결국 병원을 떠나셨습니다.
1주일여 후 또 한 분의 동료의사가 동조와 지지의 공개편지를 올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서는 메말라가고 감정은 나날이 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가정과 같은 아늑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받고 서로의 눈치를 보는 아주 이상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불행한 공동체는 그 무엇이 있는 것입니다. 정직한 대화가 없는 것이고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겁니다. 바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이것이 불행한 공동체입니다......지정진료(특진)비는 어느 교수 개인의 수입 증대 목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통된 자그마한 나눔이 그 근본 취지입니다. 초기 진정진료제도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 교수들 대부분은 차등의 최소화, 직급의 배려, 상한선과 하한선 등을 강조하여 다른 어떤 병원보다도 이상적 형태로 시작하였습니다.......언제부터인가 이것이 변질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마치 기여한 교수와 기여하지 못한 교수로 나누는 괴상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힘을 돋구는 활력소가 아니라 우리를 갉아 먹는 독약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우리 모두를 위해 병원 경영은 정상화 되어야 합니다......우리 병원은 어느 개인의 병원이 아니라 대학병원이고 가톨릭공동체임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교수님은 지정진료(특진)에 따른 실적별 인센티브 적용에 대한 문제제기와 항의로 이날부터 지정진료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하고 인천성모병원을 위해 기도한다는 글로 편지를 마무리 했습니다.
<자료 9> 무분별한 수익추구 돈벌이 경영
- 교직원 종합검진환자, 신규환자유치소개 할당
직원 1인당 종합검진환자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유치하도록 하고, 외래 신규환자를 1인당 매월 2명이상씩 유치하도록 하는 내부 회의 자료와 공지사항 자료입니다.
이는 경영초기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음을 자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사건’은 바로 병원이 이렇게 직원들에게 환자유치를 강요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 종합증진센터와 연계한 안과 외래환자 유치 활동
종합검진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과의 외래진료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 문건입니다. 종합검진을 받은 환자에게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리 계획된 전략으로 환자에게 특정과의 검사에 대해 홍보하고, 미리 세팅 된 몇 개 항목 이상의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여 일정 목표액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내용입니다.
병원에 와서 검사와 진료를 하는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추가검사가 필요하다고 할 때 환자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에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 점을 악용해서 병원은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병원이 계획한 수익창출 프로그램에 환자를 끼워 맞춰 과잉진료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기획조정실 회의록
회의 결과 행정부원장님의 종합의견으로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 있습니다. 수술 등 돈이 되는 과를 중심으로 관리 지원한다는 얘기이며 이는 실제 병원경영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종진 방향도‘ VIP마케팅’을 유지하고, 교직원소개율향상을 위해 노력하자는 이야기도 계속 됩니다. PET-CT를 일평균 17건 유지하도록 관리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PET-CT는 암 진단 검사로 보험적용도 안되며 120~130만원하는 고가 검사이고 방사선피폭량이 엄청난 검사입니다. 이 역시 환자 필요에 의한 기준이 아니고 병원에서 정한 목표량에 환자를 맞추는 형국입니다. CT, MRI 등 각종 고가 검사들이 이와 같은 상황입니다.
- 자원봉사자 사업 목표
병원에는 가톨릭신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2007년 당시 140명이던 것이 현재 8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1,000명으로 더 늘리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병원 각 요소요소에서 ‘봉사자’라는 신분으로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그런데 ‘보직자회의 전달사항’에서 밝히고 있는 자원봉사자 사업 목표는 ‘노동력 제공, 지역주민들에게 병원 이미지 홍보, 병원에 대한 모니터링, 지역사회 정보수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봉사입니까. 봉사자들마저 병원경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신부님! 저는 지금 참으로 견디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병원장님과 주교님은 대화조차 외면하시고 병원 안에서는 마치 제가 마녀라도 되는 양 끊임없이 ‘홍명옥’ 한 사람을 모함하며 직원들에게 유언비어를 확산시키고 있고 노조간부들은 여전히 관리자들로부터 면담과 각종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병원은 너무도 몰상식한 방법으로 한 사람을 마귀 취급하며 정신과 환자를 만들어 놓고도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사과는커녕 이 사태의 심각성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과 노동부,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적 판단입니다.
인천교구 역시 300여분의 사제들이 계신 가운데 어느 한 분도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교구청 국장 신부님 네 분은 저희 이야기를 직접 들으시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인천교구의 입장은 철저한 외면뿐입니다.
‘21세기 심도직물 사용자’가 바로 인천성모병원과 천주교인천교구가 된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한 분 이를 위해 말씀이 없다니요.
주교님의 외면으로 할 수 없이 저와 보건의료노조는 로마 교황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신부님들께 도움을 청합니다. 이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천주교인천교구와 인천교구 신부님들이 풀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여 저나 저희 노동조합이 병원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말씀 해 주시면 그 조차 기꺼이 받겠습니다. 그러니 신부님, 제발 나서 주십시오. 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5년 9월 4일
인천성모병원 간호사 노조지부장 홍 명 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