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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칼럼] 교회 내부의 다툼과 갈등이 향하는 곳
  • 편집국
  • 등록 2015-11-27 12:18:06
  • 수정 2015-11-27 13: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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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공동체 안에서 혹은 본당 공동체 사이에서, 또는 교구와 본당이, 그리고 수도회간에 알력과 갈등이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임 사제와 후임 사제 간의 갈등도 문제이고, 세대가 다른 갈등도 문제이며, 나이 많은 후배사제와 어린 선배사제와의 갈등도 문제이다. 그 뿐인가 수도회 사제와 교구 사제 간의 미묘한 대립과 갈등, 수도원 안에서의 시기와 질투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체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교회의 여러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우리의 이웃 속에서 그리고 작업장에서,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조차 얼마나 많은 싸움이 질투와 시기 때문에 벌어집니까! 영적 세속성은 일부 그리스도인을 다른 그리스도인과 싸우게 합니다. 자신의 권력, 특권, 즐거움, 그리고 경제적 안전 추구에 방해가 된다고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더 큰 교회 공동체의 일부로 사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고 ‘권력 중추부의 측근 그룹’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종의 배타 정신을 일으킵니다. 풍부한 다양성을 갖고 있는 전체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대신, 그들은 그 자체로 다르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저런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98항)



진정한 공동체에는 편이 없다


‘자신을 아는 것’은 겸손의 전제조건이다. 성찰을 다룬 14세기의 고전 ‘무지의 구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본질적으로 온화함이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참되게 알고 느끼는 사람은 누구든지 실제로 온화하다. 성찰의 진정한 목적은 자기 밖의 세계와 자기 안의 세계,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자각하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도 언제나 건강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공동체는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깨닫고 신속하게 적절한 치유책을 강구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공동체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나약함을 드러내고 그대로 존중 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더욱 솔직하게 나약함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게 나약함을 드러내고 벽을 무너뜨렸을 때 사랑과 수용이 넘쳐나고 친밀감이 증가하면서 진정한 치유와 변화가 시작된다. 낡은 상처는 치유되고, 낡은 분노는 용서되고, 낡은 저항은 극복된다. 


진정한 공동체에는 편이 없다. 언제나 쉽게 배울 수는 없지만, 진정한 공동체에 도달할 무렵이면 구성원들은 파벌이나 당파를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진정한 공동체는 몸이나 마음의 상처 없이 품위 있고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공동체란 서로에 대한 경계와 긴장을 풀어내고 공격하지 않는 곳, 듣기와 이해하기의 기술을 배우는 곳, 상대방의 재능을 인정하고 한계를 수용하는 곳,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처를 감싸주는 곳, 서로 싸우기보다 함께 투쟁하기로 결단을 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동체는 가장 특이한 전투장이다. 공동체가 갈등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장소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이비 공동체는 갈등을 회피하고, 진정한 공동체는 갈등을 해결할 줄 안다


진정한 공동체 정신에는 경쟁적인 면이 없다. 그러므로 경쟁에 정신을 빼앗긴 집단은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경쟁은 언제나 배타성을 낳는데, 진정한 공동체는 포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동체에 적이 있다면, 처음부터 적을 가졌다면 그 정신을 잃어갈 것이다. 또한 ‘사이비 공동체’의 본질적인 문제는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다. 집단 내부 갈등의 부재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공동체는 때로 오랫동안 갈등 없이 멋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갈등을 피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 공동체는 갈등을 회피하고, 진정한 공동체는 갈등을 해결할 줄 아는 것이다. 곧 사이비 공동체는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언행을 피하고, 누군가 화나게 하거나 짜증스러운 언행을 하더라도 아무 일 없이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의견다툼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가능한 빨리 부드럽게 화제를 바꾼다. 이러한 암묵적 동의에 의한 규칙들은 조직과 집단을 확실히 잘 돌아가게 만든다. 하지만 종국에는 친밀감, 정직성을 무너뜨리고 오래 지속될 경우 권태를 유발하여 조직의 탄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통해 “질투라는 유혹을 경계하십시오!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같은 항구를 향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은사, 모두를 위한 그 은사에 기뻐하는 은총을 청합시다”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질투와 경쟁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공동체를 분열시키고자 하는 교묘한 술수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라나는 대립 구도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길은, 갈등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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