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으로 죽어간 이남종 열사
나무가 불에 타서 내 몸을 뜨겁게 한다
내영혼의 무게만큼 타오르는 질량의 뼈마디 녹아내리고
빛이 무성하게 합창하는 나뭇잎 사이로 해가지면
사람들은 내가 아직 죽음의 강을 건너기 전의 노래를
무겁고 슬프게 부른다
네가 서울역 고가도로 가로등이 켜질 때
여기서 나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불법과 불의에 저항 한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십자가 나무위에 매어달린 그리스도처럼
다시 자유와 정의 평등의 세상에 눈 뜨는 것이다
결국 내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별들 사이로
내 죽음이 실려 왔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동백은 다시 피고 진달래 산천을 물들이면
장엄한 백두의 꽃들과 한라의 나무들이 처음
그 손끝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다
어머니가 살아있고 아버지가 잠든 대지의 노을
끝없이 뒤를 이어가는 순교자의 순례 길에
영혼의 별빛 하나 두울 밝음으로 빛나면
저기 저 별빛 어딘가에 내가 웃고 있다
내 몸에 나무 타는 냄새가 붉어진다
지상의 육신이 부활하는 장작더미 위의 몸이 가벼워진다
꺼지지 않고 영원히 타오르는 것은 살아있는 정신이다
그대 사랑하는 이름을 불러낼 때
억울한 모든 생명들이 다시 살아난다
불타는 내 영혼의 안식처여 여기가 거기구려
아주 잘 왔다고 반기는 아버지의 나라
이제 비로소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말씀이 아주 환하게 빛나는 그곳
그리하여 도착한 마지막 종착지
아버지가 뿌린 영혼의 씨앗 하나 살아
붉은 산 붉은 하늘 눈물바다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