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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분신으로 죽어간 이남종 열사
  • 김창규
  • 등록 2016-01-07 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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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으로 죽어간 이남종 열사


나무가 불에 타서 내 몸을 뜨겁게 한다

내영혼의 무게만큼 타오르는 질량의 뼈마디 녹아내리고

빛이 무성하게 합창하는 나뭇잎 사이로 해가지면

사람들은 내가 아직 죽음의 강을 건너기 전의 노래를

무겁고 슬프게 부른다


네가 서울역 고가도로 가로등이 켜질 때

여기서 나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불법과 불의에 저항 한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십자가 나무위에 매어달린 그리스도처럼

다시 자유와 정의 평등의 세상에 눈 뜨는 것이다


결국 내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별들 사이로

내 죽음이 실려 왔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동백은 다시 피고 진달래 산천을 물들이면

장엄한 백두의 꽃들과 한라의 나무들이 처음

그 손끝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다


어머니가 살아있고 아버지가 잠든 대지의 노을

끝없이 뒤를 이어가는 순교자의 순례 길에

영혼의 별빛 하나 두울 밝음으로 빛나면

저기 저 별빛 어딘가에 내가 웃고 있다


내 몸에 나무 타는 냄새가 붉어진다

지상의 육신이 부활하는 장작더미 위의 몸이 가벼워진다

꺼지지 않고 영원히 타오르는 것은 살아있는 정신이다

그대 사랑하는 이름을 불러낼 때 

억울한 모든 생명들이 다시 살아난다


불타는 내 영혼의 안식처여 여기가 거기구려

아주 잘 왔다고 반기는 아버지의 나라

이제 비로소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말씀이 아주 환하게 빛나는 그곳

그리하여 도착한 마지막 종착지

아버지가 뿌린 영혼의 씨앗 하나 살아 

붉은 산 붉은 하늘 눈물바다를 채운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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