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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사순 제2주일 독서·복음 묵상
  • 김수복
  • 등록 2017-03-10 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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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창세 12,1-4ㄱ)

<하느님 백성의 아버지가 되라고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떠났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다섯 살이었다.   


시편(32)

주님, 저희가 바라는 그대로 

저희 위에 당신의 자애를 베푸소서


제2독서(2티모 1,8ㄴ-10)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고 비추십니다>


형제 여러분,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복음(마태 17,1-9)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났다>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사순 제2주일 독서・복음 묵상


제1독서(창세 12,1-4ㄱ) 해설

<하느님 백성의 아버지로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


어디까지나 피조물일 따름인 사람으로서 자기 창조주를 거슬러 죄를 범한 사실을 이야기한 다음(창세 1-11장), 창세기 저자는 당신 백성을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하면서 하느님께서 세상 안에 펼치시는 구원사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자기네 조상으로 삼는 한 백성을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려 하신다. 아브라함은 주전 19세기경 동쪽(하란)에서 서쪽(가나안)으로 이주해 가던 무리에 속한 인물이다.

야휘스트 계통의 저자는 아브라함의 믿음이 지닌 세 가지 특징을 이야기한다.


- 하느님께서 먼저 구원사업을 시작해 주신다. 아브라함의 이주(移住)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된다. “네 고향을 떠나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신 것은 아브라함이 지닌 자질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하느님의 사랑에서 비롯한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다른 모든 백성 앞에서 창성을 지니게 된다(참조. 신명 26,18).


- 하느님께서는 약속을 해 주는 하느님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많은 후손을 주겠다고 약속하신다(2절). 그리하여 ‘아브람’이라는 이름을 ‘많은 무리의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아브라함’으로 바꾸신다(창세 17,5).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도 약속하신다.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이스라엘의 땅은 약속된 땅으로서 이집트 탈출과 더불어 하느님께 받은 땅이 된다.


- 이렇게 하여 하느님께서는 온 땅을 구원하는 사업을 시작하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선택하고 그로 인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일으켜 선택한 것은 온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보편적인 의미가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선택은 언제나 선택받은 자의 특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느님께 셈 바쳐야 하는 사명이요 책임이다.


시편 (32) 해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저희 위에 당신의 자애를 베푸소서>


이 시편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말씀을 찬미하는 시편에 속한다. 하느님께서 말씀을 건네주신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못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온전히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편은 아브라함의 모험과도 연관된다. 그래서 이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의 시편도 되고 그리스도인들의 시편도 된다. 모두 다 아브라함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제2독서(2티모 1,8ㄴ-10) 해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비추신다>

 

제2독서에서도 하느님의 부르심과 선택은 사람의 지질이나 업적에 기초를 두지 않고,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서 또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룩한’ 부르심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거룩하신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부르심이고, 그 부르심으로 인하여 하느님께 몸 바치기 위해 이기적인 모든 것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르심은 동시에 모든 사람을 섬기기 위한 부르심이다. 그리고 이 부르심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9절).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오기 전에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모든 사람도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소명과 운명에 참여한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도 오늘날의 교회도 같은 그리스도의 소명과 운명에 참여하여 세상에 생명과 구원을 전달한다.


복음(마태 17,1-9) 해설

<그분의 얼굴이 해처럼 빛났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당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이 계시되었던 것처럼,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에서는 십자가의 길이 메시아가 걸어야 할 길임이 계시되고 있다.


예수님의 변모 앞에서 제자들은 너무나 두려워서 땅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6절, 참조. 탈출 20,18-19). 어느 누가 그런 말을 듣고 두려워 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전에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탈출 20,20)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7절). 마태오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다 “손을 대셨다” 말을 덧붙임으로써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능력을 전달해 주심을 나타내려 한다.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는, 그리스도께서는 3일 만에 부활하기 위하여 죽음을 당하셔야 한다는 것을 장엄하게 확인해줄 뿐 아니라, 그리스도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도 당신의 수난에 참여하게 되고 주님으로부터 생명까지 바칠 힘을 받고 참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장엄하게 확인해 준다.



묵상


영광을 받으라고 부르심을 받다


사순시기에 속하는 이번 주일 독서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을 격려해 주고 있다.


세례는 우리를 위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분명한 표시요 출발점이다. 한편 예수님의 변모는 세례 때 받은 부르심의 온전한 실현이요 험난한 믿음의 길이 도달하는 종점이다. 아브라함과 예수님과 사도들이 그 길을 걸었고, 이제는 우리 각 사람이 그 길을 걸어가야 할 차례다.


믿음을 가진 사람의 여정(旅程)


제1독서는 아브라함의 표양을 보여 준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고 초대하시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한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만을 믿고서, 하느님께서 자기를 어디로 인도 하실 지도 분명히 모르는 가운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긴다.


오늘의 전례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예수님과 세례 받은 각 사람이 받은 소명의 의미와 그 소명에 따르고 믿음에 순종한 결과에 대한 내용이다.


소명을 받은 아브라함의 내적 반응이 어떠했는지 묵상할 필요가 있다. 아브라함이 받은 소명은 다른 모든 사람이 받은 소명의 원천이요 귀감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우리 신앙생활의 본보기이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제2독서는 우리를 부르고 비추시는 하느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사람을 찾아 나서신다. 아담(사람)이 죄를 범한 뒤에도, 순순히 당신 말씀에 따르는 아브라함을 통하여 아담(사람)을 찾아 나서신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사람이 즉시 응답하여 따라 나서는 데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생명과 부활을 차지하라는 부르심이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라는 부르심이다. 이러한 부르심은 오로지 예수님의 공덕에서 나오는 부르심이다.


지난 주일의 전례에서는 예수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서 내적 갈등과 투쟁을 겪으셨다고 말했다. 우리도 예수님과 더불어 칼바리아 산을 향하여 나아간다.


예수님의 변모는 아버지의 뜻을 최후 순간까지 실천하도록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내려주신 위안과 자극이었다. 예수님의 변모는 부활하기 위하여 수난의 길을 가는 우리에게 빛을 주고 힘을 북돋아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빛이 비친다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변모는 특히 어려운 순간에 이루어진 사건이다. 믿음과 희망이 흔들리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극히 난처한 순간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나날이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실망하고 시들해지던 순간이었다. 예수님께서 정치권력을 잡은 왕으로 나타나 자기네들을 구원하리라 기대한 모든 사람이 실망에 빠지던 순간이었다. 또한 예수님께서 당신이 사람의 아들(人子)로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죽임을 당하리라고 거듭 예고하시던 순간이었다.


예수님을 가까이 모시고 이제까지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듣고 살펴온 제자들까지도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제자들이 겪은 체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변모로써 제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진정 기다려온 메시아임을 깨닫게 하려 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로부터 파견되어 온 분으로서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수난하는 메시아로서 길을 가신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저버리시지 않는 한 수난하시는 메시아에게는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 예수님의 변모에는 부활의 영광이 반사되고 있다. 십자가야말로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요 인류를 멸망에서 구출해내는 유일한 힘이다.


구원의 길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과 똑같은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어둠의 길, 나를 송두리째 비우는 가난의 길을 뚫고 헤쳐 나가야 할 신세다. 재물과 권세를 거머쥐어야 그 다음에 가난하고 억눌리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구원해 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를 비워서 가난하고 억눌리는 인류의 대부분의 처지에 동참하여, 재물과 권세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자녀로서 형제애를 나누어주어야만 인류가 구원의 길로 나아가고 그 속에서 나도 구원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넷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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