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Sala Stampa >의 5월 31일자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교황청 공보실은 31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치유 과정을 돕기 위해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Charles Scicluna)와 조르디 베르토뮤 신부(Jordi Bertomeu)를 칠레로 다시 파견한다”고 알렸다. 특히 이번에는 오소르노 교구에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오소르노 교구는 현재 카라디마 사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후안 바로스(Juan Barros) 주교가 교구장으로 재직 중이다.
오소르노 교구를 특정해서 방문한다는 점과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에 특사를 파견하고 피해자들과 면담을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으로 볼 때 성범죄를 방조,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의 거취가 이번 만남에서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공보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들에게 약속한대로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개인적으로 보내는 서한을 작성했으며 이를 칠레 주교회의 의장에게 보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직후 칠레 주교회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서한을 공개했다.
학대 피해자들의 절규가 하늘에 닿았다. 나는 한 번 더 그들의 끈기와 용기에 감사하고자 한다. 지금은 이러한 학대 스캔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경청과 식별의 시간이다.
교황은 해당 서한에서 이 같이 밝히며, “진정 주목해야 할 것에 주목하기를, 즉 하느님 백성의 상태에 주목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오늘날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 ‘성직자 중심주의’가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다양성을 가진 하느님 백성을 묵살 또는 무시하거나 ‘소수 엘리트’로 격하시킬 때마다 우리는 뿌리와 역사, 얼굴이 없는 공동체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느님 백성의 삶과 우리 스스로를 단절하게 되면 우리는 슬픔에 빠지게 되고 교회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 학대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러한 확신을 쇄신해야 한다.
특히, 교회 문제 해결을 위한 하느님의 백성의 적극적인 참여는 ‘교회 본질의 일부’라고 지적하며 “교회 권력구조 쇄신만으로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체제의 변화에 상응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요구했다.
우리는 회피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서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문제 안에 갇히지 말고, 이러한 문제들과 직면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주요 단점이자 태만 중 하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줄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건강하고 명료한 식별에 필요한 요소들이 결여되고 공정치 못한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비판했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제때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응하지 못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이 고백하며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과의 만남동안 “이들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경청하지 않고 또 이 같은 실수와 태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탓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 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인정이) 피해자들을 향한 선의의 표현 이상으로 삶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 모든 사람과 하느님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학대 문화와 더불어 이러한 학대의 반복을 가능케 하는 은폐 시스템의 ‘재발 방지’(nunca màs)를 위해서는 인간관계 방식, 기도방식, 사고방식, 권력을 다루는 방식 전반에 스며드는 돌봄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모든 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학대와 은폐의 문화가 지배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 때 이러한 공간에서 비판적 태도와 문제 제기가 배신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교황은 이 같이 지적하며 성직자 성범죄 의혹 제기를 권력 암투 혹은 권력에 대한 시기로 곡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학대와 은폐 문화는 복음의 논리와 함께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사람의 자유와 양심을 공격하는 모든 수단은 반복음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학대 상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공동체를 권장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에서는 의견 교환과 토론이 환영 받는다.”고 강조했다.
상처 입은 교회야 말로 오늘날 세상의 상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러한 상처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마음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이 말하며 “상처를 가진 교회는 자신을 중심에 두지 않으며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자신의 악을 가리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중심에 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