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성범죄 저지른 성직자 면직시켜야” -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 “말로는 충분치 않다” 호소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1-22 11:46:54
  • 수정 2018-01-22 23:31:49
기사수정


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1월 16일자 보도자료와 < NCR >과 < The New York Times >의 1월 16일자 기사를 요약 번역한 것입니다. HOLY SEE PRESS OFFICE 보기 / NCR 보기 / The New York Times 보기- 편집자주


▲ (사진출처=L’Osservatore Romano)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에서 벌어진 성직자 성범죄에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는 등 성범죄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교황이 적극적으로 해당 성직자들을 성직에서 배제하고 필요한 경우 파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칠레에는 19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카라디마 사건으로 알려진 페르난도 카라디마(Fernando Karadiam) 신부의 아동 성범죄 사건이 있었다. 카라디마 신부는 자신의 측근이었던 후안 바로스 마드리드(Juan Barros Madrid) 신부(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를 1984년 후안 프란시스코 프레스노 칠레 산티아고 대주교의 비서 신부로 임명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바로스 당시 비서 신부는 대주교에게 보낸 성범죄 고발 서한을 임의로 파기하는 등, 카라디마 신부의 아동 성범죄 사실을 숨기는데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이로 인해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로스 신부를 주교로 임명한 일은 큰 비판을 받았다. 이는 현재까지 칠레 가톨릭교회 안에서 큰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실제로 1980년과 90년 사이에 일어난 카라디마 사건에 대해 20년 후인 2004년 교황청 조사가 시작되었고, 형사재판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재판에 회부되지 못 했으며, 2011년에서야 교황청으로부터 성직박탈 보다 낮은 수위의 처벌인 ‘기도와 속죄의 삶’(life of prayer and penance)을 받아 사제직에서 은퇴했다.


교황, “일부 사목자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씻을 수 없는 상처에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 순방 첫 날인 16일, 라 모네다 궁에 도착해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와 만났다. (사진출처=CNS)


칠레 순방 중 첫 연설인 16일, 라 모네다 궁(Palacio de la Moneda)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청 능력을 강조하며 “놀라움과 순수함으로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미래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에 나는 교회 일부 사목자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씻을 수 없는 상처에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나는 내 형제 주교들과 하나이기에,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헌신하는 일 역시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교황은 16일 점심식사 후에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황청 공보실장 그렉 버크에 따르면, “만남은 철저히 비공개로”진행되었으며 “피해자들과 교황만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프란치스코 교황께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들의 말을 듣고,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이후 이어진 칠레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성직자들에게도 성직자 성범죄에 대해서 명확한 대처를 요구하고 격려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나는 여러분들이 이렇게 큰 고통을 주는 악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말하며 “이것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상처와 고통 때문이며, 이들은 자신들이 교회 사목자들에게 갖고 있던 신뢰가 깨지는 것을 지켜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는 “교회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성직자인 여러분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상처를 목격한 형제자매들에게 이는 의심, 두려움의 원천이 되고 신뢰가 무너지는 원인이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힘을 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하며 성직자 성범죄를 쉬쉬할 것이 아니라 명확히 드러내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했다.


성범죄 피해자들, “교황은 성범죄 사건을 은폐한 주교들을 면직시킬 책임이 있다”


▲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파라 라 콘피안차 재단 상임이사이자 카라디마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4명의 피해자 중 한명인 호세 안드레스 무리요 (사진출처=TELE13)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칠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파라 라 콘피안차(Para la Confianza) 재단 상임이사이자 카라디마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4명의 피해자 중 한명인 호세 안드레스 무리요(José Andrés Murillo)는 “교황은 오늘날 성직자 성범죄를 종식시키는데 필요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스는 “교황은 필요한 경우 성범죄 사건을 은폐한 모든 주교를 면직시킬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렇지 않으면 교황께서 말씀하신 ‘고통과 부끄러움’은 믿을만한 것이 되지 못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교황께서는 끊임없이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말은) 아무 소용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한 성직중심주의 타파에 대해 “성직자 성범죄는 권력남용의 한 형태일 뿐이다. 따라서 성직자 성범죄를 퇴치한다고 하는 것은 공동체 내의 여러 권력 주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바로스 임명에 대해서 언급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바로스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 했으나 교황 대사가 이를 막았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됐다”고 밝히며 최근 AP가 입수해 공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5년 비공개 서한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체 바티칸에서는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 The New York Times >에 따르면 바로스 주교는 칠레 현지 언론에 “나에 대한 수많은 거짓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말하고 싶다”며 “사목 공동체에 참여한 것과 해당 신부가 처벌받은 일을 목격한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항변하며 자신과 카라디마 신부의 연관성 자체를 부인했다. 


또 다른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Juan Carlos Cruz)는 < The New York Times >에 “사건을 목격하고도 은폐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주교들이 아직도 성직에 있다. 교황은 이들을 면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논란이 있는 바로스 주교와 함께 미사를 봉헌한 것 역시 성범죄 피해자들에게는 “끔찍한 상징이자 이해하기 힘든 신호”라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단호한 언사에 대해 아메리카 대륙의 성범죄 성직자 리스트를 만들고 발표하는 < BishopAccountability.org >의 앤 바렛 도일(Anne Barrett Doyle) 공동이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적이 “강력하지만 익숙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BishopAccountability.org >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칠레 순방에 맞춰 약 80명의 칠레 성범죄 성직자 리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4676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