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유체이탈
  • 석일웅 수사
  • 등록 2015-07-03 11:23:17

기사수정


요즘 온-오프 상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 화제다. 정확히 말하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소위 현직 대통령이라는 박근혜의 태도가 화제다. 


인터넷 위키백과에서는 유체이탈(幽体離脱, Out-of-Body Experience)을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빠져나온 상태에서의 감각 체험을 일컫는 말”로 정의한다. 백일몽이나 환상이 이에 해당되고 환각제나 마약, 뇌의 기능 장애가 유체이탈의 원인이란다. 


‘아몰랑 여사’로도 통하는 그녀의 화법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유체이탈화법, 박근혜 발언, 박근혜화법, 그네화법, 닭화법 심지어 그냥 화법이라고만 쳐도 과장 없이 말해 지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예시가 쏟아져 나온다.  


많고 많은 말 중에 압권은, “그런 가운데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된다"와 같은 류다. 


모국어를 저렇게 밖에는 구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국제관계에서는 나라를 대표하고 외국에 나가서는 영어, 불어와 같은 해당국가의 말로 소위 연설이라는 것을 한다. 백치미로 포장할 수준도 넘어버려 변호가 안 된다. 불쌍하고 불행한 것은 우리나라고 우리 국민들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유체이탈 화법에서 그녀 특유의 책임감 결여, 네 탓 본능, 소통능력의 부재, 정체성의 혼란(자신을 공주 혹은 국왕인줄 안단다.)을 발견한다. 인터넷 위키백과의 소개를 빌리자면 이 모두가 마약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뇌에 장애가 있는 탓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병원에 데려다 놓는 것이 옳다.  


어쩌면 유체이탈화법과 그 태도 때문에 조롱당하고 쏟아지는 비난을 홀로 덤터기 쓰는 박근혜는 억울한 측면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만이 아니라 사실은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고 그리고 우리 교회 안에서도 특히 지도자들에게서 흔히 보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그녀 홀로 조롱의 타겟이 되는 이유는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버거울 그 자리의 무게 때문이다. 그것을 함부로 빼앗아 자초한 탓이니 그녀로서도 불평할 처지인 것은 아니다. 아예 돌려주면 모를까. 그런 줄 모르고 훔쳐 갔나? 라고 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안에 숨어있는 소통의 부재, 정체성 혼란, 네 탓 본능과 같은 어처구니없음을 폭로하고 그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의 형편없음을 알게 하는 기제가 유체이탈화법이라고 한다면 교회에는 침묵이라는 기제가 있다. 


특히 "양들의 양육자이며 신앙과 교리의 교사인, 사회를 복음화 함으로써 사랑과 진리를 실천하는 자, 권위가 임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직접 받는다는 이들(주교교령)"의 침묵이 그렇다. 


아버지와의 내밀한 친교를 일컫는 거룩한 침묵이 아니라 공동체가 취해야 할 필요한 디렉션에 대한 간절함을 회피하는 방법으로서의 침묵, 어떤 수라도 있었던 건지 상상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불의를 수락하고 비(반)복음에 동조한 꼴이 되어버리는 그들의 침묵. 


이 침묵에는 마지못해 발설하거나 분위기에 떠밀렸다는 감을 갖게 하는 말과 행위도 포함된다. 그럼으로써 하느님나라 혹은 복음화와 같은 말들을 어렵고 복잡하고 심지어 불가능한 무엇으로 만들어 버리는 물타기도 포함된다. 즉, 본령을 부정하고 본질을 혼란에 빠트리는 그 비겁함과 의견 없음의 침묵. 


유체이탈 화법이나 침묵의 정 반대편에 예수님이 있다. 예수님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 분의 저돌적인 소통능력은 누구를 막론하고 특히 가난한 이들을 만났을 때 치유와 회복을 낳았다. 부활로 이어지는 십자가형의 고통과 수난의 정점엔 한 순간도 회피하지 않았던 책임감 즉, 현장에서 실천했기에 가능했던 그 분의 소명의식이 찬란하다. 



예수님의 왕 됨은 아버지의 나라를 죽기까지 사사건건 선포하고, 보여주고, 외치고 증거함에 있었지 잘 갖추어진 자리에서 스스로를 왕으로 자임한데서, 권능을 부여받았음을 주장하는데서 오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그 침묵의 현장을 일일이 열거하는 일이 번거롭다. 그랬다가는 지구를 채우고도 남을지도 모른다. 다른 방법이 없다. 교사들이 침묵하니 돌들이 외치면 된다. 늘 부족하지만 그러나 지금처럼. 終


덧붙이는 글

석일웅 : 작은형제회 수사. 생태영성이란 말이 멋있어 보여 아직 산만한 덩치의 철없는 꿈을 꾸는 수도자이다. 작은 것에 삐지고 받는 상처를 맛있는 것 먹는 것으로 푼다. 나이를 핑계 대면서 경당 보다는 휴게실을 더 궁금해 하고 성경보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더 잘 듣는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