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만평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대구대교구와 매일신문, 대구경북을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역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 매일신문 > 관련 토론회다.
지난 3월 18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유 < 매일신문 >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만평을 실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5.18 관련 단체는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김경수 작가와 편집국장 사퇴 등을 요구했으나 매일신문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 5.18민주화운동 폄훼 매일신문 경북대책위 >는 매일신문과 대구대교구의 관계성과 보수성을 역사적, 종교적, 저널리즘 측면에서 살펴보고 쇄신의 길로 나아가도록 시민사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대책위는 “언론 비평은 언제나 정파성·편향성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고 그때마다 논쟁과 쟁점이 생기지만, 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매일신문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에 비해 오랫동안 이 논쟁에서 빗겨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 매일신문은 자신들의 사시 실현해야
< 가톨릭일꾼 > 한상봉 발행인은 대구대교구의 근현대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방 이후 한국교회를 이해하는 개념은 ‘반공주의’와 ‘민주주의’다. 두 개념이 한국 교회 안에서 서로 갈등관계에 있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면서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의 대구대교구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설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정평위는 교회에서 사회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로서 교황 바오로 6세는 1967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를 설립하고, 각국 교회에도 정의평화위원회 설립을 권고했다.
이에 한국천주교회는 1970년 < 한국 정의평화위원회 >란 이름으로 정평위의 시작을 알렸다. 각 교구마다 정평위 설립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구대교구는 2011년이 되어서 정평위를 공식 출범했다.
대구대교구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정평위가 시작된지 약 40년 만에 정평위를 설치하고 사회문제에 발언하기 시작했다. 한상봉 발행인은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얼마나 사회적 사안에 무관심했는지, 또 사회적인 참여나 민주화 운동을 배제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매일신문과 저널리즘을 이야기했다. 한국가톨릭에는 한국가톨릭과 대구가톨릭 두 가지가 있다면서, 대구천주교회가 아니라 별도의 대구가톨릭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구가 힘이 센 지역이라는 것이다. 천주교회 개혁은 대구지역사회 개혁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도 대구가톨릭 신자들은 꼼짝도 안하고 한국가톨릭도 이 사안을 가지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매일신문이 교계신문이 아닌데도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 매일신문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면서, “평신도는 어디로 가고 왜 사제들이 사장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유철 대표는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라는 매일신문의 사시를 언급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놨으면, 그 사시에 대해서 목표 관리를 해야 하고 품질, 방침관리까지 해야 한다. 우리가 사시대로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착하게 살자로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매일신문이 시민의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더욱 복음적으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은 이렇구나라는 걸 시민들에게 보여주기를, 또 사시를 실현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 매일신문 > 쇄신의 길
임성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대구대교구 정평위 전 사무국장)은 매일신문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의 정서를 핑계대면서 보수적 정서를 확대·재생산 하고 있으며 정치권력과의 유착도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론직필’을 말한 매일신문 주필 최석채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무 지부장은 매일신문이 쇄신하는 길을 제시했다. 먼저 매일신문 내부의 저널리즘 회복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공식적인 소통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폐에 책임 있는 기자들은 중요 보직에서 사퇴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이해하는 사제를 사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이후 사제의 사장 임명을 배제하고 전문 언론인이 경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스스로 기자들의 저널리즘을 보호 ▲편집권 독립(편집국장 선출+노동조합의 동의 시스템 마련) ▲시민 참여 보장(이사회 참여 확대, 독자위원회 활성화)등을 제언했다.
또한, 대구대교구는 친일, 친독재의 떡고물로 받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팔공산 골프장 등 부당하게 얻은 재산을 처분하여 사회지원기금(청년들을 위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립, 사회은행, 장학회, 청소년 기금 등)을 조성하고, 고위공직자모임 < 암브로시오회 >를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일신문의 쇄신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노조가 내부쇄신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를 지원해야 하며, 대구경북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복원하여 지역언론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언론개혁·언론민주화를 위해 언론권력과 맞서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미디어 바로 읽기 교육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도시성향은 상인·관리·종교의 습성에 기인한 것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상임이사는 대구의 도시성향과 보수성의 근간은 상인, 관리, 종교의 습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투자하지 않으며 이익이 되는 세상의 방향을 쫓는 경향이 있다. 야당에 마음을 주는 행위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야당에 투자를 해야 여당보다 더 높은 마진이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제가 끝난 이후 지역보수성, 지배구조, 언론개혁 및 역할, 시민사회단체 역할 등을 중심으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김연식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업성을 경계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배려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종교적 대의에도 충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신문의 거버넌스에 변화가 필요하고, 이는 “신문사 경영진 임명의 변화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교조 대구지부 강당에서 열렸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