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합의성 시노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교황청의 입장을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벨기에 가톨릭교회 공식 매체 < Cathobel >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 인터뷰를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재했다. 인터뷰는 벨기에 네덜란드어 매체 < Tertio >와 프랑스어 매체 < Dimanche >를 통해 이루어졌다.
▶ < Cathobel > 인터뷰 1편 / < Cathobel > 인터뷰 2편
인터뷰 1부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하며, 무엇이 핵심인가’라는 질문에 교황은 “교리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가 갈수록 공고해지며, 시간에 따라 확장되고, 나이를 먹어가며 고양되어야 한다”(Ut annis scilicet consolidationtur, dilatetur tempore, sublimetur aetate)는 래랭의 뱅상(Vincent de Lerins)의 격언을 소개하며 “교리는 이러한 방법을 따라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다시 말해, 뿌리에서부터 우리는 언제나 계속해서 자라나야 한다”는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이자 현재 진행 중인 시노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뿌리와 떨어지지 않고 진일보를 이뤄냈다”며 “공의회는 우리 시대 교회의 목소리이며, 이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은 ‘시노드를 통해 무엇을 희망하며,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시노드에서 주교들만이 투표권을 갖는 문제 등을 다뤘다며 이렇게 변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나고 바오로 6세는 서방 교회가 교회의 공동합의적 측면을 거의 잃어버렸지만 동방교회는 이를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바오로 6세는 교회의 공동합의성을 다시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 신설을 발표했다”며 “지난 60년 동안 공동합의성은 점차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 예로 2019년 아마존 시노드를 언급했다.
교황은 “이를테면 오로지 주교만이 (시노드) 투표권이 있느냐는 질문이 그렇다. 때로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며 “2019년 10월 아마존 시노드 당시, 이 방향으로 정신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당시 남자 수도회 장상들이 시노드 투표권을 가질 수 있게 된 바 있으나, 여자 수도회 장상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교황은 2021년 시노드를 관장하는 대의원회의사무국(General Secretariat of the Synod)의 이름에서 ‘주교’라는 명칭을 삭제한 것은 물론, 시노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회사무국 사무국장직에 프랑스 수녀 나탈리 베카르(Nathalie Becquart)를 임명하면서 시노드에 여성도 분명하게 참여해야 함을 시사했다.
교황은 여기에 덧붙여 “시노드가 끝나면 참여했던 이들과 전 세계 모든 주교는 다음 시노드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이때 채택된 첫 번째 주제가 성직이었고, 그다음이 공동합의성이었다”며 “이렇게 보면, 공동합의성은 모든 주교가 다룰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주제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교황은 전 세계 분쟁에서 ‘바티칸 외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는 교황 자신과 교황청의 구체적 행위들을 언급하면서 전쟁이란 결국 “무기를 시험하는 장”이라고 꼬집으면서 군수산업을 키우려는 이들이 모든 전쟁의 이면에 숨어있음을 암시했다.
교황은 “교황청은 첫날부터 이 분쟁을 마음에 담아왔다. 침공 다음 날 나는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관을 개인적으로 찾아갔는데, 이는 전에 없던 일이고, 교황이 보통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모스크바에 가서 이 분쟁이 지속되지 않도록 노력할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황은 “이 전쟁은 끔찍하고, 거대한 잔혹 행위”라며 “우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고통이 너무나 크다. 나는 부모님께서 ‘전쟁은 미친 짓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이것 말고 전쟁을 정의할 방법이 달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벌어져 왔는데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전쟁도 있다면서 미얀마, 시리아, 예멘 등을 언급했다. 교황은 결국 “전 세계가 항상 전쟁 중”이라며 “규탄받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대 군수산업이다. 부유한 국가가 약해지기 시작하면, 이를 버텨내고 더 강해지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무기는 오로지 이에 대비하는 수단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황은 “오래된 무기를 모두 버리고 새 무기를 사는 나라들도 있다. 스페인 내전이 제2차 세계 대전에 사용할 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무기라는 것은 항상 시험 되는 것이지 않은가?”라며 “군수산업은 파괴의 산업이며, 전쟁의 산업이고, 전쟁 중인 세상의 산업이다. 약 한 세기 만에 우리는 제1차, 제2차 세계 대전과 더불어 부유한 국가들이 자기 무기를 최신화하는 세계 전쟁이기도 한 오늘날 전쟁까지 세 개의 세계 대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전쟁은 광기이며, 자살이요, 자기파괴”라며 “평화, 부디, 평화를 추구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교회가 전례, 복음 선포 외에도 사회적이고 예언적 모습을 더 보여주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이 사명들을 대립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이라면서도 “성체성사를 봉헌하지 않는 교회가 교회가 아니듯이 제의실로 숨어드는 교회도 교회가 아니다. 제의실에만 머무는 것은 바른 예식이 아니다. 성체성사 집전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빵을 쪼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는 사회적 의무가 전제되며, 이 의무란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말한다. 그런 만큼 기도와 참여는 한 쌍인 셈이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우리 형제자매들을 돌보는 일도 한 쌍”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이러한 행위는 “전례의 결과”라며 이것이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베푸는 인도적 행위와의 차이이며 “문화적이기만 한 교회도 교회가 아니고, 사회적이기만 한 교회도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