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자의 죽음
무등산아래 망월 묘역에 가면
흰 눈이 펄펄 내리는데
그것이 찔레꽃이 떨어져 밟히는 것인지
백일홍 붉은 꽃이 모가지를 내밀고 자랑하듯
겨울에 내리는 눈인지 분간 할 수 없네
그곳 광주에 가면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탱크와 총칼에 저항하다 불귀의 객이 되었는지
거기에는 지식인도 구두닦이도 노동자도
함께 이웃하여 살고 있었네
눈물이나 줄줄 흘리고 살수는 없네
저기 저 강을 건너면 아무것도 아닌데
극락강인가 광주천인가 총알이 빗발치던 봄날
어머니도 죽고 딸년도 죽고 아들도 죽고
남편도 죽고 죽어서 넘을 수 없는 북망산이라
차마 넘을 수 없고 건널 수 없어 모진 목숨 살고 있네
그래서 내가 죽지 못해 살고 있으니 그것이 이유라
학생이 수원지에서 검게 불탄 시체로 발견 되었을 때
그리고 성당에서 젊은이가 뛰어내려 자결했을 때
아, 그날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나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네
저 영원한 나라가 있기는 있는가 보아
아직 그대들 내 가슴 속에 살아남아 있는 걸 보니
압제에 저항하다가 살아서 부활한다 말하는가
금남로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전진
그렇게 스러져 죽는 것이라 했으니
그대들 이름 부르다 따라 죽은 이도 있다네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하여
악랄한 권력에 저항하며 죽어간 너를 묻을 때
거기 수천 수 만년 별들이 쏟아져 내리던 밤
흐느낌도 통곡소리도 묻었다네
우리가 살아 있는 오늘이 저물어가네
서풍이 불 때 혁명이 일어날 것 같아
탱크로도 총칼로도 어림없지
불길이 한 순간 화산처럼 타오를 거야
상무대 영창에서 갇혔던 날
남영동 대공 분실 고문 받던 젊은이의 죽음
그들이 밝혔던 횃불이 들려지게 되면
이제 막을 수 없지 암 막을 수 없어
금강 곰나루의 죽음도 살아 날거야
너희들이 몰래 감청해도 소용없어
분노의 바다가 뜨겁게 소리치며 일어날 거야
세월호 참사로 죽은 학생들이 돌아오면
그것이 부활의 시작이야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