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atican News레오 14세 교황이 10월 기도지향을 ‘정신건강 사목을 위하여’로 정하고,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환대와 존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외면하거나 편견과 차별에 일조했던 일을 돌아보며 용서를 청했다.
교황은 지난 1일 교황세계기도네트워크가 제작한 10월 기도 영상을 통해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교회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두려움 없이 다가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판단하지 않고 귀 기울이는 교회”
교황은 기도문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의 마음 깊은 곳과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상처까지 알고 계신다고 고백했다.
이어 불안과 우울증, 여러 정신질환으로 외로움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던 순간들에 대해 용서를 청했다.
교황은 “저희가 외면하며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에 일조했던 때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교회가 모든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열린 공동체가 되기를 청했다.
당신의 교회가 언제나 열린 집이 되게 하시고, 모든 이가 저마다의 자리를 가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자, 배척하지 않고 동행하며, 판단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두려움 없이 다가가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교황의 기도는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태도를 돌아보고, 낙인과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을 단순히 도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그들이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정신질환 경험자 10억 명 넘어
교황세계기도네트워크가 함께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공공 지출은 전체 보건예산의 약 2%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과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 비해 사회적 지원과 돌봄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교황세계기도네트워크 국제책임자인 크리스토발 포네스 신부는 정신질환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거나, 이를 털어놓았을 때 판단과 오해를 경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이러한 현실에 마음을 열고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의료·상담 전문가와 가족, 자원봉사자들도 기억했다.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이 인내와 연민을 잃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청했다.
정신건강 돌봄, 교회 공동체의 일상으로
교황은 정신건강에 대한 돌봄이 교회 공동체의 삶과 사목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도지향은 정신질환을 겪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본당과 교구가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신앙이나 의지의 부족으로 단순하게 해석할 경우 당사자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 어려워지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망설일 수 있다.
정신건강 사목에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귀 기울이는 태도와 함께,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의료·심리 지원으로 연결하는 협력이 중요하다. 신앙공동체의 동반과 전문적인 치료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 안에서 당사자의 회복과 삶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사목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로마에서는 ‘치유하는 현존: 정신건강 사목을 향한 교회의 부르심’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다.
국제가톨릭정신건강사목협회가 돈 루이지 디 리에그로 국제재단, 교황세계기도네트워크와 협력해 마련한 이번 회의는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후원 아래 진행됐다.
회의에는 주교와 사목자, 정신건강 전문가, 정신질환 당사자 등이 참여해 낙인과 차별의 극복, 안전한 공동체 조성, 돌봄 제공자 지원과 전문적 돌봄의 연계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교구와 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기초 이해와 심리적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 영상도 소개하는 일정이 마련됐다.
교황의 이번 기도지향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편견이나 배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교회 공동체 안에 머무를 수 있는지, 그리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교황은 기도문을 마무리하며 정신건강에 대한 돌봄을 교회 전체의 삶과 사목에 통합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움을 청했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교회 공동체의 일상적인 사목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