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촌마을
파도에 밀려 온 돌고래
문득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멀리 고깃배가 통통거리고
구름은 한라산 바람에 쓸려나간다
유채꽃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간밤 비바람에 떨어진 감귤처럼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
더러는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심장에 구멍이 났다
밤새도록 양철지붕을
소나기가 때리더니
마을은 고요하게 달빛에 잠겨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속에 잠겼는지
여기저기 붉은 피 묻은 파도가 일렁인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과거는 현재로
그 어린 싹들까지 무슨 죄가 있다고
밟아버리고 으깨어버렸을까
울음소리가 돌담에 새겨지고
통곡의 소리도 멈추어버린
밥 짓는 연기도 사라진 마을
개가 하늘을 보고 울부짖는다
아이의 뒤를 졸졸 따르던 강아지도
그냥 숨져 버려진 아이의 손을 핥고
돌고래는 마지막 몸부림
꿈틀 댄다
강정해군기지 저항의 깃발
봄날 오후의 일을 잊을 수 없다
누가 죽었는지 아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삶의 전선이 길 하나로 갈라진
돌담사이로 북촌마을 기념비 세워진
언덕아래 관광버스 출발
역사기행 먼 길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