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기도회 열어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17 15:50:39
  • 수정 2015-11-17 15:52:06

기사수정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정책, 민중총궐기 참가자 폭력진압을 규탄했다. 2013년 국정원 해체 요구 시국기도회 이후 2년 만에 열린 이 날 시국미사에는 사제 100여 명과 수도자, 평신도와 일반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빗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현실을 걱정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 16일 시국 기도회에 사제 100여 명과 수도자, 평신도와 일반 시민 등 1,000여 명이 함께 했다. ⓒ 최진 기자


사제단은 집회에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유신부활 절대 안 돼’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배포했다. 또한 농민들은 지난 14일 민중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생명이 위독한 백남기 씨를 걱정하며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와 민주행동 상임대표 함세웅 신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해온 문정현 신부 등이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시국미사에서 사제단은 “물대포의 만행에서 보았듯이 이제 모든 국민은 조준 대상이고 가차 없는 타격의 목표물이다. 백성의 눈과 귀를 막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아예 백성의 눈동자를 뽑아버리려고 대드는 게 오늘날의 정치”라며 “성경에는 백성의 눈을 가리는 정치를 일삼다가 눈알이 뽑혀 제 나라에서 쫓겨난 임금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섬뜩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성경에는 백성의 눈을 가리는 정치를 일삼다가 눈알이 뽑혀 제 나라에서 쫓겨난 임금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 최진 기자


사제단은 “어떻게 해야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는 민주주의를 만나게 될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부산과 마산은 79년에 부‧마 항쟁으로 돌아가고 광주는 80년 5월 항쟁으로 돌아가고 서울과 모든 도시는 87년 시민항쟁으로 돌아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면 된다. 친일매국노들이 보란 듯이 들고 일어났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믿음과 희망의 보증은 예수그리스도다. 그분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말씀하셨다. 기억하라 하셨고 행동하라 하셨다. 기억하되, 십자가의 기억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하라고 하셨다. 행동하되 그 행동을 남에게 미루며 물러서지 말라고 하셨다”며 “역사에 대한 기억을 남에게 미뤄서 지배당하지 말고 천한 인생이 되지 말라는 당부였다”고 밝혔다. 


영성체 예식 후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콜트콜택 노동자 등의 규탄발언이 이어졌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금 이 시기에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을 때 그것을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고 의거라고 말한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로 잡고자 하는 백성들의 눈물과 분노와 저항은 폭력이 아니라 의거이다”라고 말했다. 


▲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콜트콜택 노동자 등의 규탄발언 후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기도회 성명서가 발표됐다. ⓒ 최진 기자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은 “현재 쌀값은 20년 전으로 돌아가 농민들이 살 수 없다. 그래서 안심하고 농사짓게 해 달라, 쌀값을 제대로 보장해 달라, 국민이 비소 섞인 쌀을 먹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남기 형제는 이 살인자들에 의한 무자비한 물대포를 맞아서 죽어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이런 죽음을 온 국민 누구나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재정권, 살인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고 말했다. 


규탄발언 후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기도회 성명서가 발표됐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미사 후에는 사제단과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 ‘국정교과서 반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노동개악 반대’를 외쳤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미사 후 사제단과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행진했다. ⓒ 최진 기자


다음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성명서 전문이다. 



반민족‧반민주‧반생명‧반평화…

너를 무슨 이름으로 부르랴!


1. 그렇잖아도 시름에 겨운 민심인데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나라를 사분오열시킨 죄는 오롯이 대통령의 탓이다. 산적한 현안을 뒤로 물리고 쓸데없는 역사전쟁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통합, 국민행복,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 집권한 대통령이 분란 조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거듭 신의를 무너뜨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지도자의 덕목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국민을 속이더라도 당선은 되고 봐야 한다”던 여당 대표 김무성의 고백(2014.2.20. 대한변협 포럼 강연)이 오히려 떳떳해 보일 지경이다.


2. 학자들, 교사들, 학생들의 들끓는 거부와 월등한 반대 여론을 무시하면서 대통령은 문제의 국정화를 강행했다. 그 사이에 역사학자 9할은 좌편향이라는, 국민의 9할은 비정상의 혼을 지녔다는 이상야릇한 멸시의 손가락질을 견뎌야 했다 그렇다면 전시작전권을 끝끝내 외국군대의 손에 맡기고서야 비로소 안도하겠다는 저 비굴함. 임진년/갑오년/역사의 고비마다 조상들을 대대적으로 도륙하고, 을사년 이래 국권을 침탈해서 우리 땅을 무참히 짓밟았던 일본 군대와의 동맹을 든든하게 여기는 철면피들의 궤변과 만용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겸손한 인생이라야 참화를 면하는 법이다. 인간이 예측불가의 유한한 존재라서 그렇다. 더구나 권력은 11월의 낙엽처럼 무상한 물건이다. ‘국정화’야 장관고시로 얼마든지 밀어붙일 수 있지만, 국민을 밀어붙이고도 용케 살아남았던 권력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종신집권을 꿈꾸었던 어느 독재자가 교과서 검인정을 국정으로 바꾼 지 겨우 5년 만에 참담한 종말을 맞았던 사실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3. 독립운동, 통일운동,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고 친일매국을 근대화로, 독재를 산업화의 일환이었다고 미화하려는 견강부회도 무섭지만 노사정대타협의 결실이라는 이른바 ‘노동개혁안’이야말로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그동안 정규직이 일하던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섰고,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떠맡게 되었어도 노동자들은 참고 참았다. 그래서 850만의 비정규직 노동자, 400만의 실질실업자, 150만의 청년실업자가 생겨나고 900만 명이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 일한 결과 대한민국 전체 가계에 1,000조의 부채가 쌓였다. 반면 재벌은 1,000조에 육박하는 유보금을 쌓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노동이 문제라면서 부모 세대의 임금을 깎고, 정규직을 잘라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의 고용대책은 모든 노동자들을 언제라도 잘릴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만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말로 민생에 몰두할 때라고 야당을 꾸짖는 미소 뒤에는 이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4. 국정원을 필두로 한 국가기관의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선거개입, 개표부정 의혹 등의 불미스런 이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약자들의 생존에 마음을 쓰지 않겠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거짓된 행동으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때는 좌우 편가르기를 일삼았고, 선거를 앞둔 지금은 국민과 비국민이라는 위험천만한 구도로 나라를 쪼개고 있다. 


5. 민족을 위한다는 역사, 민주를 위한다는 정치, 민생을 위한다는 감언이설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지난 11월 14일 경찰이 물대포로 집회에 참가 중이던 고령의 농민을 공격해서 사경을 헤매게 만듦으로써 정권의 불의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지지자들을 속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이 다른 시민들을 멸시하는 이런 광란을 방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국가는 개인의 사물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유이니 다 함께 일어나서 죄를 따지고 꾸짖어야 한다. 엄정한 정의 없이 국가는 유지되지도 통치되지도 않는바 공정 회복을 모든 일에 추선으로 삼아야 한다.


6. “로마인들이 망하지 않는 한 로마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란 로마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성벽 안에 존재하지 않고 시민들의 가슴에 있다”(아우구스티누스)던 옛 성인의 격려를 전하면서 불의의 위세로 주눅 들었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자 말씀드린다. “빛을 비추고, 활기를 넣어주고, 일으켜 세우고, 치유하고, 해방시키는 사명으로 날인된”(복음의 기쁨 273항)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 더욱 절실해졌다. 어떤 처지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곳에 새로운 세상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 싹은 잘려도 다시 자라나기 때문이다”(복음의 기쁨 278항)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원하며 사제단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하였다. 실종자 인양과 진상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 교우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형제의 마음으로 초대한다.


2015.11.16.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원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