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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폭력에서 헤로데 모습 본다”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29 13:38:33
  • 수정 2015-12-29 13: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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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7시 전국 10곳에서 박근혜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기자


가톨릭농민회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전국사제단 등 천주교 단체들은 28일 오후 7시 전국 10곳에서 ‘박근혜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전‧대구‧의정부교구와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생명평화분과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교구와 수도회 사제 50여 명이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한파 속에서도 평신도와 수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장 조해인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폭력과 독재로 드리우는 어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저항하지 않으면 폭력의 죄가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연대하고자 한다”며 시국미사 취지를 밝혔다.


조 신부는 “국민에게 윽박지르는 박근혜 정부의 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만히 있으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정부의 폭력성이 점점 드러나고 있어서 이제는 누구 하나 폭력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벌이고 있는 무차별적인 폭력의 모습에서 헤로데의 모습을 본다. 민주공화정 국가가 폭력적인 독재국가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된 시국미사에는 평신도와 수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기자


▲ 한파 속에서도 500여 명의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시국미사에 참석했다. ⓒ 최진 기자


성경에 따르면 헤로데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 아기들을 죽이도록 명령한 임금이다. 그는 예수의 탄생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한다고 여겨,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였다. 천주교에서는 이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기들의 희생을 순교로 이해하고, 이들의 죽음을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을 통해 기억하고 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은 “우리는 백남기 동기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들을 고소‧고발을 했지만, 이 폭력 정권은 벌을 줘야 하는 그들에게 오히려 상을 줬다”며 “이 정권이 농민들을 짓밟고 병원에 누워있는 백남기 동기를 짓밟지만, 들불처럼 일어나는 국민의 정신마저 짓밟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날 정현찬 회장은 들불처럼 일어나는 국민의 정신마저 짓밟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 최진 기자


또한 정 회장은 “쌀 수입을 하면 우리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백남기 동기가 외쳤지만, 이 정부는 밥쌀용 쌀 3만 톤을 수입한다고 밝혔다”며 “이 정권은 이 나라 농업을 포기하고 이 땅의 식량을 포기했다. 돈에 미쳐 날뛰는 정권은 돈이 된다면 전혀 검증되지 않는 외국 농축산물을 국민이 먹도록 하고 있다. 돈벌이가 되면 우리 농축산물을 포기하는 이 정권은 바로 매국노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단체들은 시국미사에서 현 정부의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정권이 내세운 공약을 지켜달라는 농민들에게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폭력과 살인으로 응답했다며, 헤로데가 어린 아기들을 죽인 사건을 교회가 세상 끝 날까지 기억하듯이 박근혜 정권의 폭력사건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폭력과 거만함으로 재물이 고갈되듯 오만한 자의 집안도 그렇게 망하리라”(집회서 21,4)


지난 11월 14일 식량주권과 대통령의 공약인 쌀값 21만원 보장이라는 농민들의 정당한 외침에 대한 국가의 응답은 경찰의 매우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물대포의 가격(加擊) 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며 살아온 신앙인이자 땅의 생명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땀을 흘리며 평생 밭을 일궈온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농민이 10미터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경찰이 정조준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40여일 넘게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경찰의 폭력적인 광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쓰러진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를 구조하는 사람에게도, 구급차에도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이는 전시에서도 해서 안 되는 반인륜적인 폭거이며 범죄라고 하겠습니다. 이 땅에 국민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런 국민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고 보호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독재시절에서나 있을법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오히려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폭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국민을 상대로 가한 국가의 잔인한 폭력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가로부터 지난 3년 동안 끊임없이 폭행과 뭇매를 맞으며 질식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과거 독재시절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국민의 정당한 외침을 폭력에 의존하며 폭정을 일삼은 독재권력들의 비참한 최후를 말입니다. 이번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에게 가한 경찰의 폭력 역시 과거 독재권력이 저지른 만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만행의 결과는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거리에 나가서 외친 말은 우리들 삶의 문제입니다. 교과서 국정화, 쉬운 해고, 삐뚤어진 언론, 농촌 등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꾸짖는 국민의 외침입니다. 현재 커피 한 잔에 삼천 원, 밥 한 그릇은 20년째 천 원입니다. 쌀값은 개 사료보다 못한 실정이며, 장년이든 청년이든 이 땅에 모든 노동자들은 쉽사리 해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지난 11월 14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우리 모두는 바로 이러한 잘못된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지키라는 정당한 외침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시작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유지, 강화해 왔습니다. 지난 11.14 민중총궐기대회는 대선 부정선거 의혹, 진실규명에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않은 세월호 사건, 노동법 개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민중의 생존권을 강탈하는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동안 쌓이고 쌓인 국민들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자리였습니다.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운영에 대해 민중들이 일어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라는 호소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차벽을 쌓고 물대포를 앞세워 독재정부가 하듯 국민을 폭도, 테러리스트라고 몰아세우고 소통을 거부하고 탄압하였습니다. 


우리는 법원의 집회 허가 결정에 따라 12월 5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회, 19일 소요문화제를 통해 차벽과 물대포 없는 평화로운 집회, 시위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독재시절 민중항쟁에 덧씌우던 소요죄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협박하고 무차별 소환장 발부로 탄압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요죄 적용이나 공안탄압으로 정부의 명백한 국가폭력을 가릴 수 없습니다. 염치없는 행위일 뿐입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루카12,2) 등불은 가려도 빛을 내고(루카11,33), 우리가 외치지 않으면 돌들이 외칠 것입니다(루카19,40).”라는 성경 말씀으로 용기를 얻습니다. 교회는 오늘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미사를 봉헌합니다. 어린 예수가 무서워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린(마태 2,16) 이 사건을 교회는 세상 끝 날까지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이 아이들은 이 시대의 농민, 노동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헤로데가 두려워 한 사람이 어린 아기 예수라면, 지금 박근혜 정권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우리 민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버린다면 언젠가 우리도 버려질 것입니다. 이 사건을 농촌과 농민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 가난한 사람들만의 문제로 여긴다면 우리는 이미 오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을 반복할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세상에서 나와 관계없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그곳에 그분이 계신다는 것을 예수님은 탄생을 통해 알려주셨습니다.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침상이 바로 이 시대의 구유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와 함께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써 해방을 외치고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십니다.


권력자들은 국민들이 말없이 잠자코 있다고 해서 국가폭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국가폭력에 대한 회개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합니다. 부활과 성탄은 마지막 날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울부짖고 깨어난 민중에게 언제나 일어납니다. 우리는 늘 기억하고, 매일 기도하며, 계속해서 외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불통, 무책임을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날까지 계속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의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오늘 시작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현 정부의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전국의 모든 신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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