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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암흑의 날
  • 김창규
  • 등록 2015-11-23 10:07:07
  • 수정 2015-11-23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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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날



그날 1975년 4월8일 서대문형무소 사형집행 장

거기에는 바람과 공중의 새들도 숨을 죽이고

인혁당 여덟 명의 양심수들

재판 받고 바로 그날 처형되었다


아침의 해가 뜨지 않았던 서울

한신대학 채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죽어간 도예종 외 7명의 민주인사들은 어이없게

박정희 독재정권에 희생 된 사실을 알았고

침묵의 긴 기도 시간이 흘렀다


우리 승리 하리라 그날에

조국이 우리를 잊어버리지 않는 한

민주주의 조국통일 되는 날 억울한 죽음을 알려다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식들 형제들의 이름으로

유신독재의 참혹한 죽음을 알려다오


인혁당 양심수들이 죽던 날 하나님은 침묵하였고

모든 언론은 죽었고

학생들만이 살았다

서울의 봄은 언제 오려나

젊은 동아 조선 양심적 언론기자들이

고통의 팬을 꺾었다


해가 뜨지 않은 대낮에

데모대가 청와대 정문을 향했다

모든 대학이 일어섰다

우리 승리하리라던 노래는 멈추지 않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일이었지만

그날의 해는 지지 않았다


먼 산에 소쩍새가 슬피 울었다

막 피려는 진달래꽃들이 울먹였다 

75년 4월은 해가 뜨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만이 존재했다

서울의 봄은 숨어서 왔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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