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열사
백마강 마지막 노래가 끝났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모란묘역에 민들레 피었다
여기저기 무덤이 열리며 노래하는 열사들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밤은 깊었고 살아온 날 짧은 그에게
길고 긴 밤 별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죽은 사연을 말하는데 불꽃의 사나이들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박영진은 구로 신흥정밀 옥상에서 분신했다
초임 삼천팔십 원에서 사천이백원 인상요구
근무시간 여덟 시간 보장하라
강제잔업 철야특근 철폐
경찰들이 집회를 막았고 점심도 못 먹고
옥상에서 기름을 온몸에 부었다
머리에 불을 붙이자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고
어머니의 음성이 들렸다
보리밥에도 행복했고
된장찌개에도 따뜻했던 서울의 봄
내가 죽던 날 동지들은
경찰서로 끌려가 오지 못했고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채
땅 속에 묻혔다
구두닦이 신문팔이 페인트 공으로
어렵게 살다가 공장에 취직을 했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랑 한다는 말도 못하고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라고 배웠지만
일하는 기계로 살았다
굴뚝에 올라가 오랜 시간 기도하며
광고탑에 올라가 농성하며 하나님을 보았다
불꽃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