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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채광석 시인의 별
  • 김창규
  • 등록 2016-05-27 10:02:53
  • 수정 2016-05-27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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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대산문화재단)



채광석 시인의 별



그해 무덥던 여름

유월시민 항쟁의 열사도 떠나고 없는 텅 빈 거리

춤을 추듯 걸어가는 바다의 사내가 있다

시민혁명이 일어났다

독재자를 권좌에서 쫓아내고

비로소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이 오리라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우며

민중을 노래하던 시인이 말했다

혁명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것이고

모래알처럼 파도를 견디는 민중

그렇게 강한 것이 우리라고

뭉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서른 해가 되어간다 


조직, 문화운동도 선전 선동으로

민중을 끌어들이고 포용해야 승리한다고

예술은 거기에 복무해야 한다고

눈에서 불이 뚝뚝 떨어지며

입에서는 화염을 토해내었다

아무리 빈대가 많아도 겪었던 옥중생활

그 어딘가의 길에서 만났을 군상들

그들에게 우리는 다가가야 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들판을 지나가야 했다 


국기하강식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자동차의 경적소리

교회의 타종소리가 혁명을 알렸다

푸른 하늘의 구름들이 몰려들었다 

분노의 파도가 거리에 일렁이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하라

시민혁명이 일어났다


고향집 앞바다도 뒤집어지고

논밭도 뒤집어지고

사람도 뒤집어졌다

파도는 육지의 악한 것들을 휩쓸었고

그 태안의 숲에서 잠들었을 그대 영혼

별빛 가득한 반도의 하늘이여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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