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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 영화 속 구약 :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 곽건용 목사
  • 등록 2016-07-18 09:49:51
  • 수정 2016-08-02 1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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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곽건용 목사의 [영화 속 구약] 이번호는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3부는 각각 ‘욕망과 지배’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탐욕 없이도 행복한 사람들’ 입니다.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펑크 그룹 ‘시티 데스’(City Death)의 공연으로 시작됩니다. 젊은 관객들은 보컬 아르투르의 열창에 열광합니다. 그는 십계명을 어기라고 노래합니다. “살인하라, 살인하라! 간음하라, 간음하라! 남의 물건을 훔쳐라......” 이때 카메라는 손을 흔들며 관객을 뚫고 그에게 다가가려 애쓰는 한 중년 남자를 비춥니다. 그는 아르투르의 형인 저지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동생에게 전하려고 애써 관객을 뚫고 그에게 다가갔던 겁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형제는 별로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내왔습니다. 장례식 후 형제는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에 갔습니다. 아버지 살아생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파트에 뭐가 남아 있는지 보려 했던 겁니다. 


아파트 문은 여러 개의 자물통으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겨우 열고 들어가니 요란하게 알람이 울립니다. 작고 초라한 아파트에 웬 자물통이 그리 많은지……. 아파트 안은 매우 더러웠고 어항 속 물고기는 굶어 죽어 있었습니다. 창문은 못질을 해서 열지 못하게 해놨고 캐비닛이 몇 개 있는데 그것들 역시 다수의 자물통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형제는 기대를 갖고 캐비닛을 열었습니다. 혹시 보석 같은 것이 있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보석은 없고 몇 권의 우표 책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에 실망한 형제가 값나가는 것이 있나 아파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어떤 사람이 와서 아버지에게 꿔준 돈이 있다며 돈 대신 물건으로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형은 적당히 둘러대서 그를 돌려보내는데 그는 지나가는 말투로 아버지의 우표를 처분할 생각이 없냐고 묻습니다. 그때까지도 형제는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우표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아버지가 우표 수집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않았기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 후 몇몇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형이 아버지가 소장하던 한 우표세트를 아들에게 줬는데 아들은 그걸 가치 없는 우표 수백 장과 바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우표세트는 매우 값비싼 게 아닙니까. 아들은 모르고 그걸 무가치한 우표들과 바꾼 거죠. 그는 우표상에게 가서 항의했지만 주인은 정당한 거래였다며 물러줄 수 없다고 합니다. 동생도 기이한 일을 겪습니다. 그가 우표수집상 쇼에서 우표수집협회장을 만났는데 그는 아버지가 수집한 우표들을 살펴보고 나서 그것들이 엄청난 가치를 가졌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까. 


아버지의 수집한 우표의 가치를 알게 된 형제는 도둑맞지 않으려고 아파트의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알람을 새로 설치하고 사나운 개까지 사들였습니다. 우표를 제값을 받고 팔려면 우선 그걸 잘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형은 멋진 계략으로 아들이 싸게 판 우표를 돌려받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그에게서 오스트리아 로즈 머큐리 우표에 대한 얘기를 듣습니다. 세 장짜리 세트 중 두 장은 아버지가 갖고 있고 한 장은 자기가 갖고 있는데 세 장을 모두 모아서 팔면 가치가 엄청나게 뛴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한 장은 돈 받고 팔지 않겠고 대신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자기 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에게 그걸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검사해보니 형의 신장을 이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형은 고민 끝에 자기 신장을 수집상의 딸에게 기증했습니다. 그 동안 아파트는 줄곧 동생이 지켰지요. 형이 수술에서 회복한 후 둘이 아파트에 가보니 도둑이 들어 모든 걸 훔쳐간 다음이었습니다. 도둑은 능숙한 솜씨로 보안장치를 무력화한 후 모든 걸 훔쳐갔습니다. 무섭고 사나운 개도 소용없었습니다. 둘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둑맞은 우표를 되찾을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형은 왜 개가 짖지 않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혹시 개가 아는 사람이 훔쳐간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심지어 형은 동생을 의심하게 됐고 반대로 동생도 형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따로 경찰을 만나 헝제가 의심스럽다고 말합니다. 둘 사이에 불신의 벽이 생긴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각각 거리를 걷다가 아는 사람들이 걸어가는 걸 보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다던 사람, 우표수집상협회장, 아들에게 우표를 사들인 사람 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호화롭게 차려입고 형제가 사 놓은 개와 똑같은 개를 데리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형제는 진상을 파악합니다. 그들 모두가 짜고 우표를 털어갔던 겁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크게 웃는 것으로 끝납니다.


욕망하게 만드는 사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하와에게 내려진 징벌은 산고(産苦)와 남편에 지배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욕망과 지배 사이의 관계를 봅니다.


욕망은 뭔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유해서 지배하고 싶은 게 욕망입니다. 하지만 욕망이란 게 묘해서 소유하고픈 것을 소유한다고 해서 욕망이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 또 다른 욕망이 생겨나지요. 새로운 욕망은 본래 갖고 싶던 것을 갖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걸 갖게 된 다음에 새롭게 생겨난 새로운 욕망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을 채우려 합니다. 절대 채워지지 않기에 욕망에는 종착역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게다가 욕망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건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욕망이 사람을 소유하고 있고 지배합니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는 이 사실을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 빗대서 “너는 남편을 욕망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고 표현했던 겁니다. 


형제는 아버지가 수집한 우표의 가치를 알기 전엔 평범한 소시민이었지만 우표의 가치를 알게 된 후엔 달라졌습니다. 우표의 금전적 가치에 주목해서 그걸 가급적이면 더 큰 돈에 팔려고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탐욕의 지배를 받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우표세트의 빠진 한 장마저 구해서 더 비싸게 팔려고 신장 하나를 ‘기증’(?)하는 모습은 사람이 얼마나 쉽게 탐욕의 지배를 받는지 보여줍니다. 



사람은 굳이 비장하지 않고 웃으면서도 탐욕의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도 웃고 남도 웃기면서도 탐욕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는 비극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뭔가를 욕망하여 그걸 소유하고 지배하려 애쓰다가 결국 욕망 자체를 욕망하는 지경에 다다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겁니다. 욕망에 대한 사람의 지배가 사람에 대한 욕망의 지배가 되고 마는 겁니다. 


이렇듯 욕망은 사람의 의지와 힘만으로 다스리기가 매우 어려운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우리 사회에는 욕망을 북돋우고 마음껏 발휘하라고 불 지르는 것이 있는데 ‘시장경제의 꽃’이라고 불리는 ‘상품광고’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이 뭔가가 필요해서 구입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필요’가 느껴질 때까지 사람을 가만히 놔두는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필요를 자극하는 사회, 나아가서 필요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품광고는 필요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와 같습니다. 상품경제는 물건을 만들어내기 전에 필요부터 먼저 만들어내는 체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광고되는 상품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결핍감을 느낍니다. 


이런 현실에 중독된 결과 사람은 자기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뭔지 망각하게 됩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과 진정 필요한 걸 구별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상품광고는 끊임없이 나와 이웃을 비교하게 만듭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이웃이 갖고 있는 것을 알면 결핍을 느끼도록 강요하는 기계가 시장경제의 상품광고입니다. 그것은 ‘탐욕’을 ‘야망’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사치’를 ‘필요’와 혼동하게 만듭니다. 욕망이 없다면 다른 사람보다 앞설 수 없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없다고 주입하는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3편 보기 



[필진정보]
곽건용 : LA항린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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